[車보험 특약 전쟁 下] 가격 올릴 땐 알리지 않으면서...모두 다 할인받는 것도 아닌데

<픽사베이>

[한국정책신문=주가영 기자] 자동차보험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할인특약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상하는 보험이다.

동일한 차량이라고 해도 차량종류, 운전형태, 운전자범위, 가입자의 운전경력, 사고횟수, 교통법규 위반여부 등 가입자 조건에 따라 20~30%의 보험료 차이가 발생한다.

할인특약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마일리지 주행거리 지정, 자녀유무, 서민우대 등의 특약 선택에 따라 할인 폭이 달라진다.

하지만 너도나도 보험사들이 할인특약을 내세우면서 마치 모든 이들이 할인을 누릴 수 있을 것처럼 홍보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누구나 할인받을 수 있다?

할인특약은 아무나 가입할 수도 가입한다고 모두 할인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일리지(주행거리)특약은 거리별 구간에 따라 차등해 가입자의 주행거리가 적을수록 할인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만약 예상보다 더 많이 주행했다면 할인을 받을 수 없다.

자녀할인 특약은 각 사별 기준에 따라 태아~만 8세 미만의 자녀가 있을 경우 보험료 4~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악사손해보험은 지난 3월 자동차보험 자녀할인 특약을 알리기 위해 ‘마이키즈할인특약’ TV광고를 방영했다.

앞서 현대해상은 지난해 말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와 인터넷 팟캐스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이트 등에서 자동차보험 자녀 할인 특약 ‘어린이 할인 자동차보험’ 동영상 광고 ‘효자다’편을 공개한 바 있다.

‘7세 이하 자녀가 있다면 자동차보험 7% 할인’, ‘임신만 해도 자동차보험 7% 할인’ 등의 문구를 삽입해 7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는 물론 배 속에 아이가 있는 고객도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나타냈다.

이 특약은 어린 자녀가 있을 경우 안전운전을 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만들어진 상품이다. 하지만 아이가 있다고 항상 태우고 다니지도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 소비자는 “어린아이가 있다고 항상 차에 태우고 다니지 않고 오히려 갓난아이는 외출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며 “또 할인을 받겠다고 애를 낳으라는 것도 아니고 모든 내 아이는 소중한데 나이제한이 있는 것도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험료를 깎아줄 테니 애를 낳으라는 것도 아니고 운전은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모럴리스크는 어디에나 있다?

마일리지특약은 할인을 받으려면 계약 후 일정 기간에 자동차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거리와 번호판 등을 사진으로 찍어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계기판을 조작하거나 다른 차량의 계기판을 찍어 마일리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부 정비업체나 부품 판매업체는 1, 2만원 정도의 비용만 지불하면 계기판을 조작해주고 있다.

손보사 관계자는 “의외로 계기판 조작이 쉬운데다 마일리지 특약에 가입한 정보가 손보사끼리 공유되는 것도 아니라서 문제가 생겨도 보험사를 1년 단위로 옮겨 다니면서 할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블랙박스 특약은 블랙박스를 장착하기만 해도 2~5%의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헌데 일부 할인을 받을 목적으로 잠시 블랙박스를 장착했다가 떼는 경우도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충돌 전후의 사고를 기록해 사고 정황 파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이 서로 상반돼 결론을 도출하기 힘든 교통사고의 정황 파악에 도움이 될 수 있어 할인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본인이 불리하면 영상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최근에는 블랙박스 할인이 없어지거나 축소되고 있다.

손보사 관계자는 “블랙박스 설치가 손해율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으나 오히려 자동차 사고를 낸 사람이 불리한 정황을 감추기 위해 사고영상을 삭제하는 등 사고 흔적을 없애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사고 유발자가 블랙박스의 사고 녹화기록을 삭제하면 영상을 증거로 해 책임을 따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중교통 이용할인이나 안전운전특약의 경우 본인이 이용하지 않고도 할인을 받기 위해 역이용할 수 있다는 허점도 지적되고 있다.

본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지, 안전운전을 본인이 직접 하고서 인증을 받은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보험료 인하 요구는 커지는데...

자동차보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면서 다양한 할인특약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할인특약만 내놓으면서 보험료 인하를 대신하려는 꼼수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또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단면적인 것만 들여다봤을 땐 이익인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크게는 손보사 입장에서도 손해율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사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손해율의 경우 어느 정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며 “부담이 큰 보험료 인하보다는 간접적인 가격 인하인 할인특약 경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상품이나 특약에 있어서 모럴리스크가 아예 없을 수는 없다”면서 “일부 리스크가 있다고 전체를 없앨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광고에서조차 일부 계약자에게만 혜택이 가는 특약을 마치 전체 계약자가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문제다.

한 소비자는 “가격을 내릴 땐 여기저기 광고를 하면서 올릴 땐 전혀 알리지 않지 않느냐”며 “언뜻 봤을 때는 그 보험사에 가입만 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져 난해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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