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가 1조원 이상 전망 속 '승자의 저주' 우려도…고급주택 단지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

<뉴스1>

[한국정책신문=최형훈 기자] 감정가 8000억원대의 서울 용산구 유엔사 부지 매각을 10여일 앞두고 인수 의향 기업들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독이 든 성배’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입지가 좋고, 개발 후 가치가 높을 것으로 보여 낙찰가가 '최소 1조원'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등 과열양상을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고도제한 등 부지 개발의 걸림돌도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오는 26일 유엔사 부지 입찰을 실시하고 최고가를 써낸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한다.

유엔사 부지는 용산구 이태원동 22-34번지 일대(5만1762㎡) 규모로 지난 2008년 한-미 합의에 따라 용산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 결정으로 현재 빈터로 남아 있다.

매각 대상은 전체 부지에서 공원, 녹지 등 무상공급 면적을 뺀 4만4935㎡으로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엔사 부지는 이태원관광특구와 대사관이 밀집돼 있는 지역으로 남산 2~3호 터널과 반포대교를 통해 서울 도심과 강남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또 남쪽으로 용산공원이 조성될 예정이어서 풍부한 녹지를 누릴 수 있다. 추후 신분당선 북부연장구간 개통으로 비교적 부족했던 교통인프라도 개선된다. 주거시설 및 문화·상업 공간으로 우수한 입지 여건을 지니고 있어 '노른자위'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지난달 17일 열린 유엔사 부지 투자설명회에는 국내 주요 건설사와 시행사, 금융회사 관계자 300여명이 몰린 바 있다.

부동산업계는 유엔사 부지의 입지와 개발에 따른 잠재적 가치를 고려하면 낙찰가가 1조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시행사의 한 관계자는 "입지적으로 빠질 게 없는 곳"이라며 "용산공원 조성 등 미래 가치도 우수해 1조원 전후로 써 내는 기업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기업들 간 과열 경쟁으로 낙찰가가 천정 부지로 치솟아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고도 제한은 유엔사 부지 개발의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이 지역은 남산 조망권 보호를 위해 건물 높이가 해발 90m 이하로 제한된다. 가구당 층고가 3m라고 가정하면 기껏해야 23층 높이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수요층이 두터운 중소형 면적의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전용면적 85㎡ 초과로 780가구까지 지을 수 있다. 오피스·판매시설·호텔 등 기타시설을 30% 이상 지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분양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입찰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의 관계자는 "돈은 돈대로 쓰고 수익은 크게 남지 않을 수 있어 입찰 가격을 두고 고민이 크다"며 "우리 뿐 아니라 여러 곳이 입찰가를 두고 눈치 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유엔사 부지가 고급주택촌(村)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고도제한으로 초고층 아파트를 짓지 못하기 때문에 인근 '한남더힐'과 같은 고급빌라 단지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매각된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 역시 고급빌라 34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용산은 서울에서 새 아파트 비율이 저조하고 강남 등에 비해 저평가된 지역"이라며 "도심에 부족한 고급주택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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