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뒤집어 보기]김수현 수석, "강납집값 아직 고점 아니다"…참여정부 때와 사뭇 다른 주택정책 가능성

<한국정책신문 DB>

[한국정책신문=최형훈 기자] “억누르면 튀어 오르는 집값을 어찌할꼬.”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든 듯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의 근본 원인이 바로 집값의 이상 급등에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감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주택시장 동향에 대한 '상세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청와대가 집값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과열 현상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지만 그 대책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와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빚내서 집사는 수요’를 줄이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니 가장 쉬운 방법인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강화하는 것은 기본. 오히려 저렴한 값에 주거마련이라는 순수 취지 아래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등 주거비 부담을 낮추거나, 장기적으로 주거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집값은 왜 뛰었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관계없이 집값 약세를 전망했다. 직전 2~3년 동안의 과잉공급과 이에 따른 입주폭탄, 집단대출 옥죄기 등의 영향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은 마치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급등했다.

새 정부 출범이 집값에 영향을 준 것은 문 대통령의 공약의 탓이 적잖다. 신규주택 공급 방식이 대규모 택지개발이 아닌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기울면서 강남 등의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또한 부동산보유세 도입 유보 등도 낙관적 시장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마치 “우리(시장)가 이렇게 움직이면 새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까”하고 간보는 듯한 시장의 움직임인데 이는 넘치는 유동성과 저금리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시장의 국지적인 풍선효과를 봉쇄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변하기도 한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4년 8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DTI 규제를 완화했다. LTV는 50~60%에서 70%로, DTI는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했다. 1년 시한 행정지도로 시행한 LTV·DTI 완화 조치는 그동안 2차례 연장, 오는 7월 말 종료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조만간 LTV·DTI를 어떻게 할지를 발표할 전망이다.

◆부동산을 보는 시각이 바뀐 문 대통령의 남자들…“강남집값 더 올라도 이상할 것 없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과열 억제책에 과거 노무현 정부에 비해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때보다 훨씬 정교하고, 유연하며, 효율성이 높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시장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효과는 높은 대책을 고민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 같이 예상하는 것은 현 정부의 인물 가운데 참여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큰 상처를 입은 인물들이 적잖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물론 종부세 도입 등 참여정부에서 부동산정책을 입안하는데 관여했던 김수현 사회수석 등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이 참여한 참여정부 시절의 부동산 대책은 ‘억누르기’였고, 부동산 시장은 ‘억누르기’에 반동해 오히려 위로 솟구쳤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버블세븐’, ‘지금 집사면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라는 등의 수사를 내놓으며 시장과 맞싸웠다.

실제 참여정부는 공급억제와 대출규제, 중과세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투기과열지구 확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LTV·DTI 강화 ▲다주택자 중과세 등 임기 내내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책이 바로 그것이다. 결과는 비참했다. 재임 5년 동안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34%,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57%나 뛴 것이다.

규제 남발로 아파트 공급은 줄고, 대출이 까다로워져 집거래는 줄었지만, 부동산 특유의 가치를 평가하는 ‘희소성’을 키우고,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오히려 집값을 위로 밀어 올리는 빌미가 됐다.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상징되는 부동산 대책으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는 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똑같은 실수는 저지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선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대책에 깊숙이 관여했던 김수현 사회수석이 달라졌다. 참여정부 시절에 비해, 부동산을 보는 그의 내공이 깊어졌다. 김 수석이 올초 문재인 경선 캠프에서한 발언으로 그의 부동산을 보는 시각을 짐작할 수 있겠다.

"정부가 강남 부동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최근 연이어 대책을 내놨는데 정책으로 집값을 잡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집값은 기본적으로 시장 상황이 좌우한다. 강남은 오를 만하니 오른 거다. 2010년부터 약세가 이어졌고 재건축사업이 더디면서 공급도 부족했다. 전고점이었던 2007년과 비교하면서 거품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그때가 벌써 10년 전이다. 그동안 물가상승률이나 기회비용 측면에서 고려하면 아직도 가격은 고점보다 20% 정도 밑이라고 본다. 긴 조정의 끝에 약간 반등한 수준이다. 서울 강남에 대해서는 일종의 프리미엄 시장이 형성됐다. 이제는 그 시장을 억누르기보다 인정해야 할 때다. 이제는 강남지역을 '별개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의 발언을 뜯어보면 ▲정책으로 집값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강남은 오를 만 하니 오른 거다 ▲물가상승률이나 기회비용 측면에서 고려하면 아직도 가격은 고점보다 20% 정도 밑이다 ▲시장을 억누르기보다 인정해야 할 때다. 이제는 강남지역을 '별개 시장'으로 봐야 한다 등의 발언이 눈에 띤다. 부동산에 대한 이해도가 대단히 높고, 친(親)시장적인 시각이 두드러진다.

이뿐 아니다. 김 수석은 ‘집값이 오를 때’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후분양제의 도입이 아파트 가격을 낮추는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文의 남자들, 친(親)시장이었나?…문재인 정부 부동산대책, 참여정부 때와 사뭇 다를듯

김 수석이 꿈꾸는 주택정책은 역대 모든 정권이 시도했던 ‘자가소유율 높이기’이 아니라, ‘부담 가능한 주택공급 확대’로 이해된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중단했던 택지공급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오히려 부활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LTV와 DTI도 축소폭 완화 또는 차등 적용하는 등 완충작용을 염두에 둔 억제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DTI나 LTV의 상징성이 워낙 커 잘못 조정하면 부동산 경기가 바로 꺾일 수 있고, 이 경우 시장의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강남의 집값이 다른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참여정부 때처럼 ‘버블세븐’ 운운하며 강남집값을 때려잡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분양가 인상을 저지하기 위해 공급을 줄였다가 크게 데인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급 축소 등의 우매한 대책은 절대 내놓지 않고, 오히려 택지공급 재개 등 적극적인 공급대책을 마련해 주택공급을 늘려 실수요자들에게 저가에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투기과열지구 카드가 재검토될 수도 있다. 분양권 전매를 노린 단기 투자수요를 줄여 신규 주택이 실수요자에게 정확히 도달될 확률을 높여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중개회사, 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의 비주택담보대출도 관리해야 한다. 집값 과열의 근본 원인이 가계부채에 있었던 만큼 전체 부채규모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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