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脫 파리협약' 선언은 정치적 위기 반전 노리는 '꼼수'…영국의 브렉시트와 비교 안돼

<포커스뉴스>

[한국정책신문=노호섭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 탈퇴선언은 좋게 말하면 ‘미국 우선주의’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파리협약 탈퇴의 이면에는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위기에 몰려 있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일거에 역전시키려는 꼼수도 보인다.

이는 또한 세계적인 조류와 세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볼 줄 모르는 ‘세계적인 시각의 결여’를 그 스스로 드러낸 것이며, 눈앞의 이익에 급급할 줄 밖에 모르는 ‘장사꾼 안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파리협약 탈퇴로 그가 노리는 꼼수 , 그가 얻으려 눈앞의 이익을 뻔하다. 불안한 정치적 입지를 일거에 뒤바꾸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코넥션’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려 있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국민들 입에서도 그를 탄핵시켜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한 상황이고, 심지어 집권 여당인 공화당 소속 의원들도 ‘트럼프 탄핵’을 거론해 당 지도부가 입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가 "나는 (프랑스) 파리가 아니라 (미국의) 피츠버그 시민의 대표가 되기 위해 선출된 것"이라며 "파리협약의 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 제스처다. 그의 지지세력을 규합해 작금의 위기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피츠버그는 시카고, 디트로이트 등과 함께 과거 미국 철강 및 자동차 등 관련 산업의 중심지이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전폭 지원한 이른바 '러스트 벨트(미국 중서부의 쇠락한 제조업 지대)'의 대표 도시 중 하나다.

그가 파리협약 탈퇴선언에서 굳이 ‘피트버스 시민’ 운운한 것은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환경 규제를 대폭 풀겠다는 뜻을 지지자들에게 전한 것이다. 지지자들에게 돈 벌게 해주고, 밥그릇 지켜줄 테니 정치적 위기에서 나를 구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예의 중국을 걸고 넘어졌다. "미국은 협약에 따라 화력발전소들을 지을 수 없지만 중국은 여전히 화력발전소 수백개를 추가 건설하는 것이 허용된다. 인도도 2020년쯤 석탄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이 허용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파리협약이 중국·인도에 비해 미국에 불리해 작용하니 고용창출 능력이 큰 제조업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고, (지지자 여러분의)돈벌이가 줄어, 밥그릇이 줄어들 수 있으니 파리협약에서 빠져 나와 제조업과 여러분의 일자리를 지켜주겠다”다고 암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 내 화력발전·석탄 채굴 관련 일자리는 약 16만개로 추산된다. 이 중 대부분이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부와 서부의 공화당 강세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일자리를 명분으로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켜 '러시아 코넥션' 등으로 입지가 불안한 정치 상황을 돌파하려는 노림수일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다. 

트럼프의 세계적 시각이 결여된 ‘장사꾼 안목’은 파리협약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조항들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협약의 무력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억달러를 내기로 했던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부담금도 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파리협약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나라는 없지만 "협약을 지키겠다"면서도 실제로는 지키지 않는 나라들이 나타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협약의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 이를 지키지 않는 나라와 기업을 압박하지 않으면 이 협약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는 그 미치는 영향이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다.

미국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협약을 탈퇴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미 언론에 따르면 협상 상 2019년 11월까지는 탈퇴할 수 없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파리협약 탈퇴선언 이후 정치권과 재계에서 격한 비난이 일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미국이 세계 리더십을 포기했다"고 애통해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역사적 실수"라 평가했고,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다가 미국을 꼴찌로 만들었다"고 힐난했다.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와 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 CEO도 탈퇴 발표 후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정치적 위기국면을 반전시키려 기획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파리협약 탈퇴선언이 부메랑이 되어 그를 더 깊은 정치적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고, 정치적 위기로 내몰릴수록 트럼프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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