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이자수익 5.4% 감소…대출금리 인상 영향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이자수지가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커스뉴스>

[한국정책신문=노호섭 기자] 저금리로 인한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해 가계의 이자수지가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예·적금 금리는 동결하고 대출 금리는 시장금리 상승을 이유로 올리면서 가계의 이자수입은 줄어든 반면 이자지출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이자소득은 36조1156억원(잠정치)으로, 전년(38조1717억원)보다 5.4% 줄었다. 이는 지난 1996년(32조8927억원) 이후 2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가 이자로 지출한 금액은 전년보다 12.6% 늘어난 41조7745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의 이자 지출은 수년째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2012년부터 꾸준히 줄어왔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가계의 이자수입에서 이자지출을 뺀 이자수지는 5조758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가계의 이자수지가 적자를 기록한건 한은이 지난 197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 처음이다.

반면 은행의 이자이익은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이자순익은 33조9994억원으로 전년 대비 9000억원(2.7%) 늘었다. 

저축은행의 이자이익도 지난해 3조1267억원으로 전년 대비 6321억원(25.3%) 증가했다. 카드사의 카드론 이자 수익도 2972억원(6.9%) 증가했다.

가계와 은행의 이자수지가 이처럼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데는 가계부채의 급증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고, 이 부담이 고스란히 은행의 수입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올라가자 금융기관들이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낮추는 '이자 수익 늘리기'의 영향이 크다. 시장금리가 오른다며 대출금리는 재빠르게 올려놓고 예금금리는 오히려 낮추는 것이다.

실제로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지난 3월 3.43%를 기록, 2015년 말(3.28%)과 비교해 6.19%(0.2%포인트) 올랐지만 은행의 예금금리는 (1년 정기예금 기준)는 1.58%로 같은 기간 12.71%(-0.2%포인트) 떨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가산금리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도록 내부 심사를 강화하는 등 자율 규제의 움직임이 있다"며 "필요한 경우 기획검사을 하는 등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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