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 일주일째…교육 미흡, 홍보 부족

한국은행이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교육 미흡 및 홍보 부족으로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한국정책신문>

[한국정책신문=김희주 기자] "네? 그게 뭐에요? 거스름돈을 포인트로 주는 거에요? 아…잘 모르겠는데 일단 카드 있으시면 카드 결제 가능하실까요?"(강남의 한 세븐일레븐에서)

"그거 들어는 봤는데 제가 나이가 많아서 도통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서…뒤에 손님이 많아서 기다리시니깐 일단 관계자 불러드릴게요. 직접 말씀해 보시겠어요?"(서울의 한 롯데마트에서)

한국은행이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일주일된 26일 서울의 여의도, 강남, 종로, 송파 등에 있는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찾아 잔돈이 생길 만한 물건을 구매한 후 거스름돈을 교통카드와 포인트앱(어플리케이션)에 적립해달라고 하자 돌아온 반응들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0일부터 현금으로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는 대신 교통카드 등에 적립하는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동전 사용 및 휴대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을 완화하고 유통 및 관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직원 교육 미흡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홍보 부족으로 이용하는 고객이 극히 드문 탓이다.

◆ "그냥 카드로 하시겠어요?"…15곳 중 2곳 '겨우' 적립

기자가 25일, 26일 이틀에 걸쳐 서울 시내의 편의점 및 대형마트 15곳을 돌아본 결과 2곳만이 '겨우' 잔돈 적립을 할 수 있었다. 대형마트 및 중심지에 있는 편의점들은 그나마 시범사업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었지만, 소규모 동네 편의점에서는 사업이 진행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시행 일주일째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에 대한 교육과 홍보, 안내 등이 절실해 보였다.

기자가 편의점 및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며 잔돈을 교통카드나 앱에 적립해달라고 하자 대다수는 "무슨 말이냐", "교통카드 충전해달라는 말씀이시냐", "우리 매장은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오히려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자 "들어는 봤는데 할 줄 모른다", "그냥 동전 받아가시라", "카드로 하시는 게 어떻겠냐"며 귀찮아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강남의 한 CU 아르바이생은 "교육을 받긴 받았는데 잘 모르겠다. 이렇게 적립해달라는 손님도 손님이 처음이다.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라며 "혹시 괜찮으시면 그냥 동전을 드려도 되겠냐. 아니면 카드 있으시면 카드 결제 가능하겠냐"고 말했다.

서울의 한 롯데마트 캐셔도 "소액결제하는 포스에 가시면 될지도 모르겠는데 여기는 모르겠다. 뒤에 손님이 많아서 기다리시니깐 일단 관계자 불러드리겠다. 관계자와 직접 말씀해 보시라"고 말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적립 수단이 너무 한정돼 있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뜩이나 안내 부족, 홍보 부족으로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 시범사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냐는 것이다.

현재 CU편의점에서는 한국스마트카드의 'T-머니', 이비카드의 '캐시비', 하나카드의 '하나머니' 등에, 세븐일레븐은 이비카드의 '캐시비'와 네이버의 '네이버페이포인트' 등에 적립할 수 있다. 위드미과 이마트에서는 'SSG머니'에, 롯데마트는 'L.포인트'로 적립 가능하다.

즉 소비자가 이용하는 편의점 및 대형마트에 하당하는 교통카드와 관련 앱을 가지고 있어야 적립이 가능하다. 적어도 4개의 교통카드나 앱이 있어야 웬만한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시범사업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셈이다. 게다가 CU포인트로 적립하면 CU에서만 'L.포인트'로 적립하면 롯데계열사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한도 따른다.

도곡동에 사는 이민욱(34) 씨는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기사를 통해 접했다. 다만 보통은 카드를 쓰기 때문에 사용해볼 기회가 없었다. 현금을 아예 가지고 다니지 않아서 앞으로도 이용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동구에 사는 김민혜(28) 씨는 "지금하고 있는 시범사업이 편의점보다 현금 사용이 많은 시장으로 확대되면 좋겠다. 시장에서는 현금만 받는 경우도 있는데 몇 백원씩 나오는 동전을 처리하는게 귀찮다"며 "그리고 편의점에서 그 서비스를 하면 계산대 앞에 동전 기부하는 통에 기부금이 줄어들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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