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은 장기부진 따른 기술적 반등…"소비시장 둔화·지정학적 리스크 고려해야"

서울 도심의 모습. <pixabay>

[한국정책신문=노호섭 기자] 최근 우리나라 성장률의 호조를 전망하는 경제 지표들이 잇따라 제시되며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투자은행(IB)과 한국은행에 이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한국 경제성장률을 연이어 상향 조정하면서 우리나라 경기 훈풍론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도 높다. 민간시장을 비롯한 국내 소비 회복세가 더딘데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제기 가능성,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경기가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 경제연구기관한국 성장률 속속 상향조정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성장률 전망치를 올려잡은 이유는 수출과 투자에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1월 발표한 2.5%에서 0.1%포인트 올린 2.6%로 전망했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1%포인트 올라간 점과 정보기술(IT) 업종의 호조로 관련 설비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 수출이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KDI도 18일 발표한 '2017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제시한 2.4%에서 0.2%포인트 올린 2.6%로 발표했다.

특히 상향조정의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수출 규모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고 반도체 부문도 수출 개선을 이끌며 세계 경제도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올해 총고정투자 증가율을 기존 3.6%에서 5.1%로 상향 조정하는 등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지표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KDI는 지난 달 보고서에서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2.1%)보다 0.4%포인트 올린 2.5%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바클레이즈, 모건스탠리, 노무라 등 10개 해외 IB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을 낸 결과 역시 2개월 전보다 0.1%포인트 상승한 2.5%를 기록했었다.

◆ "민간소비 둔화·보호무역주의·북핵 등도 고려해야"

반면 이러한 경제지표 만으로는 경기가 호전됐다고 볼 순 없으며 특히 소비 회복세가 더딘 데다 미국 발 보호무역주의,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경기가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수출과 투자가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다소 확대됐지만 주요국과의 교역 여건 변화, 가계 실질 구매력 개선 미흡 등은 수출과 내수의 개선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 경제 상황을 보면 수출과 설비 투자가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소비는 여전히 저조하다"며 "특히 실질구매력 측면이 나아지고 있지 않아 내수의 개선 속도를 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DI도 소비를 경제 성장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민간소비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실질소득 개선효과가 축소되고, 지난해 내수 활성화 대책 효과도 사라져 2.0%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이어 보호무역주의, 북한 리스크 등이 확산되면 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호무역주의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북한 리스크는 경제주체들의 소비심리와 투자성향 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확대된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세계경기 하방압력도 줄어 경제성장률을 올렸다"며 "다만 경기가 반등했다기보다 급락 위험이 완화됐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나타나고 있는 국내 경기회복은 장기부진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한 만큼 경제지표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성장기반 강화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에 휩싸여 경제개혁과 기업ㆍ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경우 자칫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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