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살리는 첩경은 '본질과 비본질' 가리는 선구안…사드 놓고 중국의 속내와 민낯 조심해야

지난해 2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회원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사드 한국 배치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멀리 청와대 모습이 보인다. <출처=포커스뉴스>

필자는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살리는데 가장 필요한 명약으로 본질과 비본질을 가려내는 선구안을 제시한다. 위기에 빠진 조직, 실패한 조직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바로 그 점이다.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경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그로 인해 세계는 급변하는데 과거의 명성(비본질)에 함몰돼 오늘의 현실과 미래의 방향(본질)을 잊어버리는 질병이 있다면 그 조직은 이미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드의 본질은 우리를 지키느냐 지키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니 이 문제는 안보와 경제적 손해 중 어느 쪽이 얼만큼 이익이고, 얼만큼 손해인지를 제대로 따질 일이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경제를 희생한다거나 경제를 지키기 위해 안보를 내준다는 식의 흑백 발상은 접근방법부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경제도 중요하고 안보도 중요하다. 그렇게 시작했어야 어디까지 양보하고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 것이 결정나는 법이다. 

사드를 배치했을 때 중국 정부의 경제적 보복은 어느 정도가 예상된다. 그 정도면 우리 경제가 견딜 수 있을까? 사드를 포기하면 미국의 대한정책은 어떻게 될지, 그렇게 되었을 때 미국의 정치-외교적 보복이나 경제적 견제가 어느 정도일지 구체적인 수치는 어떻게 전망되는지 그런 것을 머리를 맞대고 따졌어야 했다. 그걸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서둘러 결정하고나서 이제와서 그걸 따지려고 하니 안보불감증이란다. 

이게 비본질로 본질을 흐뜨러뜨리는 격이다. 한진해운도 똑같이 성급하게 법정관리를 결정하고 나서 이제 와서 해운산업의 경쟁력이 어쩌구저쩌구 한다. 

예전 병자호란 시절 주화파 최명길과 주전파 김상헌의 싸움이야말로 전형적인 본질 대 비본질의 싸움이었다. 최명길은 나라와 백성을 구차하더라도 살려내는 것이 본질이라고 보았다. 김상헌은 구차하게 사느니 다 죽더라도 절개와 지존을 지키는 것이 본질이라고 보았다. 

과연 어느 것이 맞았을까? 지나놓고 보면 살아남은 것이 본질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살아남기는 했어도 죽은 게 나았다고 할 만큼 국토가 유린되고 백성들의 삶은 백척간두에 섰다. 그러니 최명길과 김상헌은 사실 백성의 삶이 우선돼야 한다는 본질을 두 사람 다 잃어버린 셈이 되었다.

화제를 바꿔 지금의 어지러운 세상을 바라보자.

박근혜 정부는 본질을 흐트러뜨리는데 특출한 능력을 갖고 있는 듯하다. 2014년 말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사건은 김영한 전 수석이 사퇴를 결심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해 11월28일 '세계일보'는 정윤회씨가 문고리 3인방 등과 함께 인사와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비선 실세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사건의 초점을 청와대 문건 유출 문제로 틀었다. 꼬리라는 비본질로 몸통인 본질을 흔들어 흐리게 하는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초점이 흐트러졌다. 그 때 제대로 조사됐더라면 국정농단 때문에 이렇게까지 온 나라가 들끓지는 않아도 되었을 것을...

청와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경우도 본질과 비본질의 싸움이었다. 이 정부는 이때도 이석수 감찰관이 언론에 정보를 흘린 정황에 주목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교묘하게 흐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은 대통령측 변호팀이 특검과 헌재 재판이 시작된 지금에 와서 최순실과 고영태씨의 불륜 관계를 들먹이며 증인으로 나선 고영태씨의 진실이 신뢰할 수 없다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 그들 사이가 어떠했는지는 아무도 궁금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떻게 국정을 농단했는지가 더 중요할 뿐이다.  

대단한 실력들(?)이다. 이같이 일부 불의한 세력들이 본질을 흐리는 데 우리가 넘어가면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은 맨날 쓸데없는 일에 매달려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현명한 국민이라면 얍삽한 정치꾼들의 본질 흐리기에 넘어가면 안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본질과 비본질의 싸움이 도처에 널려 있어서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살아남는지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글로벌 국가경쟁에서 결코 이겨낼 수가 없다. 

통일을 이루는 것이 본질이고 민주적 자유적 통일을 이루는 것이 더 본질이다. 나라와 민족이 살아남되, 서로 갈갈이 찢어지고 분열된 나라로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에게는 더 가치있고 더 실리적이며 더 지혜로운 가치를 찾는, 본질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1961년 5월 12일자 경향신문에 '미국을 믿지 말고, 소련에 속지 말고, 일본은 일어나니 일본을 조심하라!'는 당시 떠돌던 이야기가 기사화됐다. 

필자는 하나 더 보탠다. 

"중국 비즈니스에 중독되지 말라. 중국의 속내와 민낯을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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