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사생활 집착한 박근혜에게 최적화된 '비밀공간'…미국 백악관, 참모들과 대면접촉으로 정책 결정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참모들과 대화하고 있다. <출처=whitehouse 홈페이지>

정부조직법 제14조에 따라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중앙행정기관이 대통령 비서실이다. 1960년 8월 대통령비서실로 설립됐고 경호실과 비서실을 두고 몇 번의 조직 변경을 거쳐 2013년 2월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통령경호실을 신설해 경호 업무를 이관하고, 대통령실을 다시 대통령비서실로 개편했다.

대통령비서실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국정기획·정무·민정·외교안보·홍보·경제·미래전략·교육문화·고용복지), 비서관, 선임행정관, 행정관 등으로 구성된다. 비서실장은 장관급의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 대통령비서실의 사무를 처리하고, 수석비서관을 지휘해 분야별로 대통령을 보좌한다. 이것이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사전적 의미이다.

사실 지금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보좌했다기보다 이끌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나쁜 쪽으로. 이것도 요즘 유행하는 말로 협치라고 봐야 할까?

조선시대에도 비서실은 있었다. 승정원이 바로 그것이었다. 의정부·육조·사헌부·사간원과 함께 조선의 중추적인 정치기구이며 왕명의 출납(出納)을 맡아 보았다. 세종은 이들을 잘 활용해 이조, 예조, 호조, 형조, 병조, 공조의 육조를 관리하고 왕의 명령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관리하도록 했다.
 
그래서 도승지는 영의정과 좌·우의정 등 삼정승보다 더 큰 힘을 갖기도 했다. 그래도 조선시대 500년 왕조의 버틴 힘은 승정원·사헌부·사간원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견제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왕조시대에도 가능했던 상호견제가 지금은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이 너무도 놀랍고 기가 막히다.

왕조시대를 막론하고 지금도 비서실과 각부 장관, 승정원과 6판서는 늘 긴장관계에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왕의 말씀이나 대통령의 말씀을 전해 듣는 이들은 비서가 사심없이 보스의 말씀을 전하는지 아닌지 늘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올라가서 "지금 말씀하신 바가 제가 들은 것과 같습니까?"라고 물어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 어쩌는 수 없이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왔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김기춘, 우병우, 문고리 3인방, 비선 최순실로 이어지는 그림이 이토록 오랫동안 제멋대로 국정을 농단하도록 그려졌다는 것에 더 이상 놀라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아무도 이를 확인할 수도 없고 하려 들지도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혹, 확인하려 들었던 사람들은, 예컨대 류진룡 전 장관 같은 경우처럼 인사상의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나라들도 다 이랬을까?

미국의 언론들은 백악관 비서실을 나타내는 단어로 '웨스트 윙'이라는 말을 써 왔다. 실제로 웨스트 윙은 백악관 서관을 뜻하는 것으로 미국 정책의 핵심부서이자 브레인에 해당하는 백악관의 공적인 기관을 말한다. 이곳에선 주요 정무를 수행하는 부통령, 비서실장, 핵심 참모들의 회의실, 프레스룸, 기자회견장 등이 모두 모여 있어 웨스트 윙을 점령하면 미국을 장악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와 있다.
 
이 때문에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방영된 대통령 비서실을 대상으로 한 드라마 '웨스트 윙'은 미국 대통령에게 생길 법한 일들, 대통령 당선부터 각종 입법, 참모진의 스캔들, 탄핵의 위기, 재선 성공, 돌발상황으로 인한 대통령의 부재 등을 극 사실주의로 그려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드라마만 봐도 그곳 비서실의 소통과 견제는 남다른 면이 있었다. 대통령과의 만남이 사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이고 그렇게 놔두지도 않는 것이 그들의 견제 방식이었다. 웨스트 윙은 지금도 전세계의 외교와 내치 문제를 의논하고 견제하며 간섭한다. 자국 대통령은 이를 보고 받고 판단하며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비서실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제대로 된 역할이다. 

그런데 우리네는 급한 일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가면서 자전거를 타고 갈 정도로 멀고 소통도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니 모 대선주자가 청와대를 옮기자는 이야기까지 하는 것 아닌가. 거리도 중요하고 새로운 비서실 설계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비서들 의견을 제대로 듣고 싶어 해야 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가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제대로 된 비서들을 뽑아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웨스트윙이라도 소통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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