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건설하는 멕시코 국경 장벽, 오프라인으로 온라인 차단 불가능…미국 시민들, 부메랑 두려워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미국 간에 장벽을 쌓겠다고 선포한 후 후속조치를 계속 발표하고 있는데 이를 눈여겨보면 신제국주의 냄새가 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과거에는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높은 장벽을 쌓고 외적을 물리치며 자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려 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21세기 온라인 시대가 된 지금 오프라인 장벽으로 사람과 물자를 막을 수 있다고 정말 믿고 있는 것일까?

역사적으로 되돌이켜 보면 장벽을 쌓은 결과가 반드시 승리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장벽이 물리적이든, 경제적이든, 정신적이든 간에 장벽(WALL)으로 모든 것을 지킬 수 없었다는 것이 증명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만리장성. <출처=유튜브>

세계적으로 가장 긴 장벽은 당연히 만리장성이었다. 진나라 때 만리장성을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그 이전 춘추시대부터 장벽은 부분적으로 세워지고 있었다. 통일 왕국인 진나라는 북쪽의 흉노를 견제하기 위해 이들 성벽을 연결해 증축했고 6세기 북제(北齊) 시대와 명(明)나라 때 증축을 거쳐 지금의 총 길이 2700㎞에 이르는 장벽을 만들었다. 애초에 북방 민족을 견제하고 침입을 막기 위해 세운 이 장벽은 장벽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역사적으로도 증명됐다. 애물단지까지는 아니었지만 장성을 믿고 방비를 게을리한 면도 없지 않았고 북방민족인 만주족이 쳐 들어와 청(淸) 왕조를 세우는 바람에 군사적 가치가 없어져버려 지금은 그저 관광상품이 되고 말았다. 

프랑스가 1차 대전 후 라인 강을 따라 독일과의 국경에 쌓은 요새선인 마지노선은 프랑스의 장군 마지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완벽한 근대적 장벽이었다. 그러나 2차 대전 당시 독일군 앞에 철저히 무너지고 말았다. 

장벽 건설도 유행을 타는가? 지금은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뺏긴 뒤 러시아 국경에 약 2000㎞의 장벽을 쌓는 중이다. 효용 문제는 그렇다치더라도 러시아와는 이 장벽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을 만들게 될 것이라 해서 자국민 가운데서도 반대가 심상찮다.  

요즘 유럽도 장벽 문제로 난리들이다.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유럽 국가들, 특히 헝가리는 세르비아 국경에 175㎞의 철조망을 세우고 이중방벽을 설치했고, 불가리아와 그리스도 터키 국경에 담장을 쌓았으며 영국과 프랑스 역시 '칼레 장벽' 건설에 나섰다. 과연 시리아 난민 문제가 이런 미봉책으로 해결될 것인가. 유럽은 이미 난민을 줄이려는 노력은 멈춘 채 저마다의 이기적인 미봉책을 속내에 숨겨두고 장벽을 세워가고 있다. 

인도-파키스탄 국경 장벽은 약 1500㎞에 걸쳐 설치되었는데 인도가 테러범을 막기 위해 처음 쌓기 시작하고 나서 양국은 더 큰 긴장 상태로 대치하고 있다. 지중해 동부 섬나라 키프로스의 남북을 가르는 '그린 라인'도 장벽이다. 터키계와 그리스계 사이의 분쟁을 막기 위한 철조망이 180㎞에 걸쳐 있으니 이야말로 키프로스판 휴전선이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설치한 장벽도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가?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 <출처=cdu-bw.de>

장벽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처럼 북한과 전쟁 직전의 휴전 상태라면 키프로스처럼 경계선에 장벽을 세우는 것이 우선의 피흘림을 막는 대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미국 멕시코 경계선에 이런 장벽을 세우자고 한다면 과연 옳은 일일까?

지구촌이라고 부를 만큼 인터넷과 교통망의 발달로 각국의 시간적 정서적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것을 이런 장벽으로 갈라내고자 덤비는 트럼프가 무모해보이기도 하고 용감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막을수록 반드시 뚫린다는 세상의 이치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박기현 <한양대 국제문화대학 겸임교수>

필자는 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후 곧바로 베를린으로 날아가 장벽이 파괴되는 현장을 뜨거운 감동으로 지켜보았다. 그 때 내게 한 동독 주민의 말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아무리 두터운 장벽으로 막아도 뚫고 나가겠다는 사람의 의지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의 말대로 베를린 장벽도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미국 시민들은 저렇게 고립무원주의로 나가는 것이 자국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이미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주는 만큼 돌려받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트럼프의 강경책이 외양간도 잃고 소도 잃는 어리석은 선택이 되지는 않을까 괜스레 염려되는 순간이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