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느린 사건 진행이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 실효성 떨어뜨려…'의료인=가해자 집단' 내포한 법 개정해야

2015년 12월 16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 법안 심의 촉구 기자회견'에 고(故) 신해철씨의 유족인 윤원희(왼쪽 세번째) 씨, 고 전예강 양의 어머니인 최윤주(왼쪽 두번째) 씨, 드러머 남궁연(오른쪽 두번째)이 참석하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의료분쟁조정 및 중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함을 목적으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이 2012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여기에 의료계는 의료인 일방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독소조항(특히,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 및 대불금에 대한 국가의 재원 부담 책임 방기 등)이 개선되기 전에는 의료분쟁조정 제도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의료계의 참여율이 저조했고 일명 '신해철 사건'으로 인해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강제화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이 정말 법이 추구하는 의료사고의 피해를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법적인 측면 보다는 간단하게 실제 예를 들어 필자의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필자는 폐암 등 흉부질환 및 외상으로 인한 흉부 손상을 수술하는 의사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흉부에는 생명과 직결된 장기인 폐와 심장이 있고 그곳의 병이나 손상은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환자를 수술하거나 치료할 때 환자들도 모두 같지 않아서 아무리 수술을 잘 해도 결과는 각기 다르며 아무리 경험이 많고 훌륭한 의사도 사람이고, 항상 수술 후 합병증과 그에 따르는 사망률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피부의 점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은 사람과 폐암 제거 수술을 받은 사람의 수술의 위험도와 사망률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법에는 이러한 고려 없이 의료사고가 사망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상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피신청인이 조정신청에 응하지 아니하더라도 지체 없이 개시 적용된다고 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은 실제 의료의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다. 예를 들어 한 환자가 심한 교통사고를 당해 지방의 한 종합병원에 왔다고 하자. 그 환자가 너무 손상이 심해서 수술 중, 수술 후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고 치료의 골든 타임으로 다른 더 큰 의료기간에 이송 또한 환자에게는 손해가 되는 경우이다. 

법 제정 이전이었으면 이 병원에서 빨리 수술을 시행하겠지만 법 제정 이후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아무리 열심히 빠른 시간 내에 성공적인 수술에 임하더라도 결과가 나쁘면 책임을 완전히 면할 수 없다. 물론 이 법에서 추후 법정에서 형사 및 민사소송의 재판 단계를 거칠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의료인과 병원은 환자 가족이 원하면 무조건 의료중재원에 조정에 임해야 하며 그로 인한 엄청난 시간, 비용 등은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아는 의료인의 양심과 윤리에 따라 그 병원은 환자를 수술할 것인가? 아니다. 자신들의 병원은 그럴 능력이 없으니 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면서 환자는 또 다시 이송될 것이고, 운이 나빠 도중에 아니면 너무 늦어서 다른 더 큰 병원에 가서 사망할 수 있다. 그러면 누구의 책임인가? 물론 극단적인 예이지만 실제로 중환자를 치료하려는 의사는 없어 질지도 모른다. 모든 부분에 공정하게 법이 적용이 돼야 하는 것에는 아무 이의가 없다. 하지만 생명에 관계된 일부 부분에서는 법 적용이 돼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법은 기본적으로 책임을 묻기 때문에 의료인들도 그들의 양심과 윤리보다 책임을 안 지려고 할 수 있다. 

고 신해철씨 사건을 포함해 모든 의료사고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의료인들이 분명하게 드러난 법적 잘못이 있으면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법정에서 책임을 물으면 될 것이다. 의료계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이런 식으로 특별법을 남발하면 우리나라는 법의 공해로 질식할 것이다. 또한 법 제정 시 효과 및 그로 인한 반작용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이 법에 의해서 중환자들은 더 위험해 질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의료사고와 관련된 문제는 법원에서 빠르게 사건 진행을 하지 않아서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의 실효가 없는 것이 법 개정의 근본 필요성일 것이다. 

이 법은 국민들에게 의료인은 가해자 집단이라는 인상을 간접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한국 의료는 세계적인 수준이며 의료비 역시 우리나라 경제수준에서 최저수준이다. 필자도 의사이지만 우리나라 의사들이 일부로 환자를 죽게 방치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빠른 시간 내에 다시 법 개정을 통해 이 법으로 피해를 받는 의료인과 환자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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