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돌 위에 바둑돌, 계란 위에 계란처럼 위태로운 나라살림…서민들의 삶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에 기대할 것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계란값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 판매 진열대가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이 정부를 믿고 살아가야 할 서민들의 삶이 너무 불쌍하고 위태롭다. 최근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는 것을 보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계란값 폭등과 공급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도 한달 전보다 대형유통업체들의 평균 계란값은 7000원에 육박하고 있으니 소매점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계란값 급등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이러다보니 주부들이 계란 한 판에 8000~9000원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계란은 우리 국민들의 단백질 공급원 가운데 으뜸이다. 

쇠고기는 비싸면 줄이면 되지만 계란을 당장 식탁에 올리지 못한다면 먹을 게 없다는 소리를 들을 게 뻔하다. 게다가 계란을 쓰는 모든 식품 원료값이 들썩이며 함께 올라갈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 더 불안하다. 라면 과자 등 모든 밀가루 제품에는 계란이 들어가니 이들 제품 회사가 이를 기회로 가격인상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한 번 오르면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도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등유도 값이 올랐다. 이유를 물어보니 원유 도입가가 올라서 그렇단다. 휘발유 경유값이 덩달아 오르니 석유 난로 쓰는 서민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부유층은 계란값이 오르거나 원유가 올라도 끄떡없을 것이다. 그들은 그 정도만으로 밥상머리 삶에 충격을 받지 않으니 솔직히 관심도 없을 것이다. 그저 유일한 관심이라면 내가 투자한 주식이 이로 인해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 다른 곳에 사 둔 집값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내 손으로 뽑은 국회와 국회의원들은 온통 당리당략에 빠져 도탄에 빠진 국민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아마도 그들중 상당수는 계란값이 얼마인지도 모를 것이다. 이를 감시할 언론도 선정적 보도에만 빠져서 서민들을 돌아보지 못한다. 서민들은 당장 난리가 났는데 온 언론과 종편들은 여전히 박근혜 타령으로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나라 안팎이 절대 위기에 처했는데 정부도 국회도 국민도 모두가 제각기 살길 찾기에 바쁘니 이야말로 진짜 위기다.

정경세가 대구 부사 시절 백성의 삶이 극도로 궁핍해지자 그 위기를 전달코자 광해군에게 상소를 올렸는데 그 묘사가 어쩌면 지금과 비슷한지.

"삼가 생각건대, 오늘날 국가의 형세는, 여러 개의 바둑돌과 계란이 포개진 것으로도 그 위태로움을 비유할 수 없고, 사나운 파도 속에 노가 망가진 상태로도 그 두려움을 비유할 수 없고, 몸을 굽혔다 펴거나 숨을 들이쉬다가 내쉬는 짧은 순간으로도 그 위급함을 비유할 수 없습니다."

박기현 <한양대 국제문화대학 겸임교수>

지금 국가적 위기가 이보다 못할까? AI에 늑장 대처해서 일본은 백 만 마리도 도살하지 않았는데 우리는 1800만 마리를 도살했다. 정부가 조금만 일찍 대처했어도 이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거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살아 있는 생명을 이토록 도살한 것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정부를 이토록 믿지 못하도록 만든 저 위에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층들, 정책입안자와 실행자들이 너무 원망스럽다. 왜 이 지경에 이르도록 내버려두었단 말인가? 국민에 대한 정성과 충성이 없이 자기 배만 불리려 한 탓 아니겠는가? 정경세의 지적을 들었더라면 광해군은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황 권한대행과 국회는 기억하라.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절대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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