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정신은 대화와 설득, 차기 대권주자 욕 먹더라도 옳은 일 해야…주변 맹수들, 우리 다음 행보를 보고 있어

지난 12월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7차 대규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역대 대통령들의 약점이기도 하지만 우리 지도자들은 당대에 모든 것을 끝내려 하는 조급함에서 벗어나지 못해 왔다. 그래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게서 무엇을 얻어냈는가? 북한이 고립 속에서도 핵무기 개발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에 비해 우리는 얻은 것이 너무 없었다.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상대에게서 아무 것도 얻어낼 수가 없는 법이다. 개성공단 철수는 너무나도 뼈아픈 실책이라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일본과도 마찬가지다. 그저 성급하게 밀어붙이고 성급하게 결정하는 바람에 국민감정만 나빠지고 과실은 제대로 얻을 수 없었다. 대국민 설득은 소홀했고 상대와의 협상은 서툴렀다. 그래서 결국은 남이 원하는 일에 장단만 맞추는 꼴이 되었다. 반일파는 넘치는데 지일파는 다 어디로 갔는가? 

손자병법의 손무는 "지혜로운 사람은 반드시 이익과 손실 양면에서 사물을 생각해야 하고 그렇게 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일본과의 협상에서 한 수 낮은 수준이었다. 사드 배치는 또 어땠는가? 도대체 정략적인 결정이었는지, 정말 나라를 위한 결정이었는지 구분이 가지 않는 성급한 판단과 결정 뒤에 온갖 후유증이 속출하고 있다.

손무는 "길도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있고, 적도 싸워서는 안 되는 적이 있고, 성도 공격해서는 안 되는 성이 있으며, 땅도 다투어서는 안 되는 땅이 있고, 군주의 명령도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고도 했다. 이순신 장군이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선조가 시켜도 아닌 것은 하지 않은 그였기에 23전 23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부정책의 불확실성이 너무 심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후유증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성급함 때문이다. 다음 지도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여론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야권이 힘을 거머쥔 지금으로서는 야권의 지혜에 기댈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에 대한 대응,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대비, 중국의 사드 몽니와 트럼프 이후의 대미통상 마찰에 대한 대비도 시급하다. 그럼에도 지도자들은 대권 차지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지금은 욕을 먹더라도 옳은 일을 할 때다. 나라가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어야 할 때다.

조선조에 최명길이 주도하던 주화파와 김상헌이 주도하던 주전파와의 대립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병자호란 앞에서 풍전등화의 운명에 서 있으면서도 당리당략의 싸움은 끝이 나지 않았다. 심지어 인조가 서명한 항복문서를 김상헌이 절개를 지키지 못한다며 국서를 찢어버리는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요즘 말로 국기문란 사건이었지만 그것이 당연시 되었다. 최명길은 피를 토했다. 절개는 선비 사대부의 것이지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고 백성의 사활이 달려 있는데 무슨 사대부의 절개 같은 소리를 하고 있냐고 말이다. 그리고는 단기필마로 달려나가 청태종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비굴하게 머리를 숙이면서 항복 조건에 토를 달아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장을 얻으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에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나라는 살아남았다. 물론 최명길은 손자가 영의정이 되어서도 나라의 절개를 팔아먹은 놈(?)의 후손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래도 그와 같은 협상주의자, 실리주의자가 있었기에 조선이 지탱하게 된 것 아닌가.

다음 정부의 정책을 짊어질 지도자들에게 부탁한다. 외교정책에서만은 끝까지, 될 때까지 설득한다는 생각을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를 양보하면 작은 것 두 셋이라도 얻어 와야 한다. 지도자가 되어서 눈치나 보고 적당히 넘어 가려고는 생각도 하지 말라. 자신의 결정에 나라와 국민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무슨 일에든지 국가가 우선이라야 한다.

박기현 <한양대 국제문화대학 겸임교수>

나라가 저 지경이 되도록 놔둔 인조 같은 지도자가 되지 말라. 다음 지도자는 사자의 얼굴을 하고 여우의 두뇌를 닮은 이를 뽑아야 한다. 촛불의 정신은 대화와 설득이라고 생각한다. 무섭게 밀어붙이는가 하면 여우처럼 뒤로 빠질 줄도 알아야 한다. 상대를 적이라고 생각하면 해결의 수가 나지 않는다. 탄핵을 어렵사리 얻어낸 후이니 대한민국은 뭔가를 이루어내야 한다. 주변의 맹수들은 우리가 다음 행보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를 냉철하게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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