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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체 위기 맞은 전경련, 싱크탱크로 거듭나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해체 위기에 몰렸다.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개적으로 전경련 탈퇴 의사를 나타냈다. 이들 그룹이 전경련에서 빠진다면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다른 대기업의 추가 탈퇴 가능성도 있다. 

경제단체의 본분을 망각한 채 엉뚱한 짓을 저지르다 결국 '해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전경련이 안팎으로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 타개책을 고민하며 토론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또 다시 정경유착이란 망령에 휩싸이면서 존재의 이유마저 부정되고 있다.

전경련 해체 주장은 지난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직후에도 있었다. 당시 전경련 해체와 경제5단체 통합방안이 논의되다가 흐지부지된 이래 이번 국정농단사태로 13년 만에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한 것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전경련은 1961년 박정희 정권 탄생의 기반이 된 국가재건최고회의 시절 창립됐다. 민간경제인들에 의해 설립된 순수 종합경제단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개발경제 시절부터 끊임없이 정경유착의 통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경련이 민주주의와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정경유착과 부패의 상징으로 둔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동안 전경련은 정권의 뒷돈을 대는 수금창구 역할을 하면서 그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아왔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었다.

전경련의 정경유착 흑(黑)역사를 살펴보면 이루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전두환 정부 때 일해재단 자금을 주도적으로 모금했고, 노태우 정부 때는 막대한 대선비자금을 제공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또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대(對)북한 현물지원이 논란이 됐고, 이명박 정부 때는 미소금융재단 설립지원을 주도하면서 정권에 돈을 실어 나르는 심부름센터 역할을 해왔다.

현 정부 들어서도 청년희망펀드와 창조경제혁신센터 추진의 중개자 역할을 했고, 우익단체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제공하며 정치활동까지 개입하기도 했다. 결국 전경련은 이번 국정농단사건에 있어서도 공범이 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기는커녕 권력의 사주를 받아 기업의 발목을 비트는데 앞장섰으니 정경유착의 표상이라는 말을 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

전경련이 55년의 역사를 거치는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공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1960년대 초기에는 근대화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한편,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 걸쳐 발전의 기틀을 구축하고 국제화시대를 여는데 앞장섰다. 1980년대 이후 경제규모가 대형화되면서 정부주도의 경제개발정책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창의와 능률을 바탕으로 하는 민간주도 자율경제 운용체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며 정책전환의 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 중심의 과거 개발연대와 달리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제조업을 융합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지지 않으려면 대기업들이 중소·벤처기업 등 산업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손잡고 달려야 한다. 전경련은 이참에 정부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과거의 과오를 솔직히 고백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정경유착 유혹에 빠지기 쉬운 대외협력보다는 정책연구를 통해 시장경제 발전과 신산업 육성에 앞장섬으로써 국가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로 거듭나야 한다.

한국정책신문  kpinews@kp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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