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정사실화된 박근혜 대통령 퇴진, 그 이후를 생각해야…세종과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출처=포커스뉴스>

물러나는 것은 이제 자명하다. 우리는 냉정하게 다음 대선주자를 살펴봐야 한다. 어떤 대선주가가 좀 나을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정치 아닌가.

필자는 언론사 시절에는 편집국장이 좌파 빨갱이냐고 물을 정도로 약간 왼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지금 예순을 넘고 보니 약간 오른쪽으로 이동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객관적이라고 자부한다. 그래서 각 후보들에게 장단점을 이렇게 매겼다. 이 생각은 그야말로 사론(私論)이다. 왜 그러냐고 묻지 말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웃고 치우기 바란다. 

먼저 가장 대선에 가까워진 듯 보이는 문재인 후보는 특전사 출신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군대는 다녀와야지 하는 보통 사람 생각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일한 경험도 있으니까 관저에서 놀던 사람과는 다르겠지 싶다. 그럼에도 말을 자주 바꾸는 듯 보이는 점은 신경에 거슬린다. 적어도 약속은 지킬 줄 아는 정치인이라야 좋을 텐데. 

새로운 대세인 이재명, 나는 그의 생경함과 튀는 점과 아이디어가 좋다. 그러나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 치고 언행이 가볍다. 좀더 깊이 있고 세련되었으면 좋겠다. 그에게 무게중심이 생기면 사람들이 안 뽑을래나?

안철수 후보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왔다갔다해서 그의 정체성이 흔들린 바람에 무엇을 주장하고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철학과 통치이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뽑을 때 그의 고집스런 면과 신비스러운 면만 보고 이 점을 소홀히 한 점이 오늘의 패착을 낳지 않았는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솔직히 안 나왔으면 좋겠다. 필자와 가까운 이들 상당수는 그렇게 이야기한다. 명예로운 일을 했으면 족한 줄 알면 좋겠다. 이 흙탕물에 뭐 하러 뛰어들려는지... 
손학규, 필자는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에 감동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그걸 넘어서지 못하면 꿈도 꾸지 못한다. 세를 불리지 못하는 것도 정치적 한계일 것이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우리에겐 멀어 보인다.

남경필? 안희정? 아직은 모르겠다. 유승민? 글쎄 필자는 이들 모두가 얼라로 보인다. 아이고... 그러니 아무도 뽑을 사람이 없구나...

그러나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 가서 청와대만 바라보지 말고 세종대왕을 바라보며 한 수 배우자. 세종은 여론정치를 통한 정책표방에는 선수였다. 임금이 아무리 혼자 애를 써도 여론이 따르지 않고 관료들이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래서 세종 특유의 '경청'이 시작됐다. 잘 들어주고 자신의 주장을 알리려고 임금이 직접 토론하고 문서나 책을 통해 가르치며 결론을 백성이나 관료들이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공법(貢法)이다. 일종의 세제개혁인데 이 제도를 실행함에 있어 만일의 사태, 조세조항이나 관료들의 수탈, 군주의지의 왜곡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그것도 무려 17년간 계속하여 전국적 단위로 백성과 지역 관료들의 여론을 들었다. 놀랄 일이다. 그것도 대상 인원이 17만 명에 달했다. 21세기의 어느 정부가 이 정도의 대규모적이며 장기적인 여론 조사를 실시할 수 있을까?  

박기현 <한양대 국제문화대학 겸임교수>

대선후보들은 말만 하면 위민이고 국민 사랑이다. 사실 말 뿐이다. 세종이 농사법을 위해 똥지게를 진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가 여론 정치를 주도하고 고집 센 집현전 학자들과 중신들을 상대로 토론정치를 시도한 것도 진정 국민을 위한 위민정치 때문이었다. 집현전의 실무 책임자들과 한 주제를 놓고 직접 토론을 벌였고 자신의 견해를 하나하나 정리해 상대를 설복시켰다. 계급장 떼고 붙어도 이길 수 있는 실력이 있었다. 세종실록에는 왕이 신하들에 밀리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개진했다는 점을 기록하고 있다. 대선후보 중 그래도 누가 세종과 가장 비슷한가? 아니 누가 가장 멀리 있는지 그 사람부터 탈락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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