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청, 유동인구 적거나 특정지역 으로 제한...규제개혁 빙자한 생색내기식 정책

29일 저녁 서초구청 구민회관 앞에서 푸드트럭 2대가 영업 중에 있다. <사진=노호섭 기자>

"푸드트럭의 가장 큰 매력은 여기저기 옮겨다닐 수 있다는 점인데 그런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쉬워요"

서초구의 한 영업 허가구역에서 5개월째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는 윤모(28)씨는 구청의 푸드트럭 지원정책이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다.

창업자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 거이 없을 뿐더러 푸드트럭의 영업장소가 특정지역으로 제한돼 있고 이마저도 유동인가구가 적어 원하는 수준의 매출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청에서 푸드트럭 영업을 유동인구가 적거나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지역에 허용하고 있어 규제개혁을 빙자한 생색내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정부및 지자체는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과 창업 활동을 통한 경기활성화를 내걸고 푸드트럭의 규제를 완화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푸드트럭 활성화 사업은 정부의 규제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2014년 법령개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정부는 지난 7월 고정됱 지역에서만 영업할 수 있게 한 규제를 완화해 허가 지역 안에서는 푸드트럭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공유재산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법령개정에 따라 각 지자체들은 푸드트럭 영업 허가지역을 유원시설과 도시공원, 체육 시설, 관광지, 하천, 대학교, 고속도로 졸음쉽터 등으로 확대. 푸드트럭 활성화를 위한 자체적으로 관련 조례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서울시 서초구의 경우 올해 상반기 3차례의 입찰공고를 통해 문화예술공원 등 9개지역 15대의 푸드트럭 영업자를 모집했다. 또 각종 자체 행사에 푸드트럭 입찰 계획을 발표하는 등 푸드트럭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구색만 갖췄을 뿐 속내를 들여다 보면 나아진 게 없다는 평가가 많다. 서초구내 근린공원에서 푸드트럭 영업을 하고 있는 박모(28)씨는 "구청이 지정해준 영업허가 구역의 시장상황은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자체의 지원에 기대기 보단 자발적으로 대학행사, 페스티벌 등을 찾아나서는 게 보다 현실적"이라고 털어놨다.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는 윤씨도 "여기는 사정이 좀 낫지만 다른 영업지역의 경우 공고가 있더라도 신청자가 없거나 있었더라도 매출이 나오지 않아 철수 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법개정으로 푸드트럭이 이동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적 이동할 만한 장소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서울잠원초등학교 앞, 반포종합운동장, 고속터미널 5출구 앞. <사진=노호섭 기자>

실제로 서초구가 지정한 푸드트럭 영업허가 지역 11곳 중 6곳 이상은 푸드트럭 영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포종합운동장, 서울잠원초등학교, 고속터미널 입구, 양재천 등지는 유동인구가 적고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으로 푸드트럭 영업을 지속하기 힘들며 신규 입찰자도 전무한 상태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오진희 서초구청 식품위생팀 주무관은 "구청에서도 푸드트럭 창업자에게 좋은 조건의 입지를 제공하고 싶지만 해당 부지 선정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영업이익이 날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영업 허가지역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며 구청이 주관하는 행사에 푸드트럭을 적극 유치함으로써 이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서초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창업을 꿈꾸며 푸드트럭 사업에 뛰어든 대다수의 청년들은 적정한 영업허가 지역의 부재로 각종 주택지나 도심지역, 행사장 등을 전전하며 불법으로 영업을 하는게 부지기수다. 이마저도 주변 상권의 견제와 감시로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3개월 간 푸드트럭을 운영하다 얼마전 사업을 포기한 이모(27)씨는 "서울시와 구청에서 제공하는 영업허가 구역이란게 사실 사람도 없는 공원인 등 실질적으로 영업이 불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라며 "사설 행사나 페스티벌은 비싼 경우 하루 300만원 이상의 사용료를 요구해 이것도 매우 부담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 말만 믿고 사업에 뛰어들기 보단 판매상품의 차별화, SNS 등을 활용한 다양한 홍보 활동, 지속적인 매뉴 개발 등 개인의 노력과 역량이 사업 성공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리풀 몽마르뜨 공원에서 영업중인 한 푸드트럭. <사진=노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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