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3차 대국민 담화는 '무지하고 뻔뻔함의 끝판'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국민으로서 분노와 울분을 참기 어렵다. 앞서 두 차례 담화에 크게 실망한 국민들 눈과 귀가 쏠렸지만 발표 내용은 '역시나' 였다. 진정성 있는 반성과 참회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고, 자신의 거취 문제는 국회로 떠넘겼다. 이로 인해 이번 주말 예고된 제6차 촛불 집회가 '분노의 촛불'을 넘어서 더 큰 불로 커지지 않을까 싶다.

박 대통령은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린다"며 "이번 일로 마음 아파 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모습을 뵈면서 백 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1998년부터 이 순간까지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했다" "한 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았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은 국가를 위한 공적 사업"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큰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은 2차 대국민 담화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씁쓸하고 어이가 없다. 변명과 자기 합리화에만 급급해 국민들의 아픈 마음과 고통을 더욱 커질 뿐이다. 박 대통령이 순수한 마음으로 힘들었을 때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에 선의를 베푼 것이 자신을 지지했거나 반대했던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상실감과 모멸감을 주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에 결정에 맡기겠다"며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착각이다. 정국을 블랙홀로 만들어 당장 탄핵 동력부터 떨어뜨리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또 어떤 수를 쓰든 나머지 임기는 마치겠다는 속내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담화 직후 여당 지도부에선 "탄핵 원점 재검토"라며 국면 전환에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3차 담화 하루 전 친박 핵심의원들과 저녁에 만나 사전에 국면전환을 위한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짙다. 이런 일련의 행동으로 탄핵의 초점을 흐리고 국민 분열을 더욱 조장하려고 서로 짜고 친 느낌이 적잖게 드는 이유다.

임기 단축을 비롯해 자신의 진퇴 여부를 국회에 떠넘긴 것도 참으로 어이가 없다. 국민 96%가 원하는 퇴진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야기된 문제와 수수방관적인 태도, 책임의식 없는 자세, 그리고 해결조차 하지 않으려는 모습 등 '무능력' '무책임' '무의식' 등에 대한 국민들의 선언이다. 그 시기와 방법은 박 대통령 자신이 직접 결단해야 할 문제 아닌가. 그것도 아무런 조건 없이 말이다. 그럼에도 국회에, 여야 합의라는 조건을 붙여 떠넘긴 것은 권력 연장을 위한 '꼼수'이다. 

국회에서 퇴진 방법과 시기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 친박세력 때문에 합의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백가쟁명과 정쟁이 난무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또 개헌론과 맞물려 정파 간 분열도 심각할 것이다.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노린 것이라면 '나라가 망하든 말든 나만 살겠다'는 비겁한 짓이다. 국민은 이제 대통령 말을 더 이상 믿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괴감'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박 대통령의 얄팍한 '마지막 꼼수'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은 중단없는 탄핵뿐이다. 야3당은 3차 담화를 '탄핵 교란작전 지시'로 규정하고 탄핵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다졌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꼭두각시'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탄핵의 '횃불'을 들어야 한다. 이번 담화로 여당 내의 탄핵 찬성파 전선에 일부 균열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민심의 뜻에 따라 탄핵이 시도돼야 마땅하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하면 된다. 이번 주말이 그동안의 촛불보다 더욱 많고 뜨거우며 더 큰 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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