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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2의 김영란법' 만들어 기업의 강제기부금 차단하자

검찰은 20일 53개 기업이 미르, K스포츠재단에 제공한 774억원을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아니라 강압에 의한 출연금으로 판단해 '제3자 뇌물공여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출연기업들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각종 인·허가에 어려움을 겪거나 세무조사를 받는 등 불이익을 당할 것을 두려워해 출연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본 것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그룹이 박근혜 정부에서 사회공헌 또는 기부, 후원 등의 명목으로 낸 돈이 무려 1조1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18개 대기업과 현대중공업, 효성,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으로 확대할 경우 그 돈은 2조2000억 원을 넘는다. 

여기에 현대차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요구에 따라 최순실씨의 지인회사인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납품받은 11억원, 차은택씨 광고회사에 밀어준 62억원 상당의 광고, KT가 밀어준 68억원 상당의 광고는 '+알파'로 볼 수 있다. 삼성이 승마와 관련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게 지원한 35억원,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에게 지원한 16억원을 합치면 '+알파'는 192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를 합치면 22개 대기업이 뜯긴 돈은 2조2695원으로 늘어난다.

세금은 아니지만 기업이 의무적으로 내야하는 돈을 준조세라고 부른다. 부담금관리기본법에 따른 각종 부담금, 사회보험료, 강제성채권 등이 포함된다. 준조세에 대해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대부분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사회공헌이나 후원, 기부 등의 이름으로 기업의 팔을 비틀어 내게 하는 돈이다. 겉으로는 기업의 선의를 강조하지만 법적 테두리 밖에 있어 항상 부패와 연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청년희망펀드는 법과 제도로 해결해야 할 청년고용문제를 대기업과 국민들의 모금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 박 대통령이 1호 기부를 하면서 기업들에게는 880억원이 사실상 자동할당이 됐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사실상 대기업에 떠넘겨진 경제적 부담이다. 전국 곳곳에 18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어놓고 16개 기업에서 지원을 하도록 했다. 기업들이 창조경제혁신센터 투·융자·보증금으로 출자한 펀드규모가 7227억원이다. 적게는 3100만원에서 많게는 100억원까지 센터운영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지난 9월 현재 7800억원의 후원금이 확보됐다. 목표금액인 9400억원의 83% 수준이다. 삼성이 현금 800억원, 현물 200억원 등 1000억 원을 후원하기로 한 데 이어 대한항공, 현대차, KT, LG, 롯데, 포스코, 영원 아웃도어 등 8개 기업이 500억원씩 후원하는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 청년희망펀드, 평창동계올림픽후원금, 창조경제혁신센터 투·융자·보증금 등은 마치 블랙박스처럼 그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다. 재계에서는 사회공헌과 기부란 이름으로 이뤄지는 국기문란을 차단하기 위해 정권의 반강제적 기부금요구를 막는 '제2의 김영란법'이라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의 선의를 강조하지만 사실상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권력실세를 위한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결국 정치 부패라는 '한국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한국정책신문  kpinews@kp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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