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취업준비생이 지난 10월 기준으로 65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 동월의 63만7000명 대비 1만6000명이나 증가한 수치이며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한다. 취업준비자의 급증은 무엇보다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결과이며 제조업 일자리 사정이 넉 달 연속 안 좋아진 영향이 컸다. 게다가 세계경기 부진과 수출 감소, 전방위 기업구조조정 등이 겹치며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끼친 결과다.

취업준비자가 늘어나는 것은 전반적으로 취업준비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지고 고용사정이 악화되면서 구직활동에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 또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자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기에 실업자로는 분류되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다. 그러나 취업시험을 위한 준비 자체가 근원적으로 구직활동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들 취업준비자의 증가는 사실상 실업자 증가를 의미한다.

게다가 최근엔 취업을 위해 갖춰야할 요건마저 점점 늘고 있다. 학벌, 학점, 토익점수는 기본이고 자격증, 어학연수는 이제 너무 당연한 추가요소가 됐다. 여기에 요즘에는 공모전 입상, 인턴 경험, 봉사활동은 물론 성형수술까지 포함된다고 한다. 취업을 위해서는 3종, 5종, 9종의 스펙이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쯤 되면 갖춰야 할 스펙이 도대체 얼마까지 그 숫자가 늘어날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이런 가운데 올해 국가공무원 9급 응시자수가 22만명, 7급은 6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공무원 수험서 판매량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온라인서점 '예스24'는 2016년 1월부터 11월 7일까지 공무원 수험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3.5% 성장하며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격증 분야 수험서 판매 비중도 크게 늘었다. 이는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에듀윌' '이지패스' '이지컴' 등 유명 온라인강의 업체들이 거짓, 과장광고를 통해 절박한 취업준비생들을 현혹했다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더불어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청년구직자들을 상대로 한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자격증을 남발하면서 민간자격증을 국가자격증이라고 속이는 업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구직자들이 피해를 입히며 그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e러닝' 시장규모가 지난해 약 1조5778억원으로 전년보다 15.6% 증가했다고 한다. 연평균 이용 금액은 20대 37만5000원, 10대 28만4000원, 30대 26만3000원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은 온라인 교육서비스 평균 구입가격은 95만5547원에 달했다. 이 또한 모두 가뜩이나 어려운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취업준비생들이 고생 끝에 최종면접까지 갔음에도 불합격 통보조차 해주지 않는 '예의 없는' 기업들이 많아 상처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올해 입사 지원한 구직자 257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 10명 중 6명은 최종면접 후에 불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채용서류 반환제'가 시행됐지만 이 또한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지난 주말 100만 촛불집회에도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더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회에 나왔다고 한다. 특히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사태에 대해 누구는 쉽게 대학도 가고 취업도 하는데 아직 취업을 못한 자신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며 분노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루빨리 이들에게 좌절과 분노보다 희망과 기회를 줄 수 있는 일자리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