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최순실 게이트'란 분노의 물결에 휩쓸려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우리사회의 불공정성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주요한 지표가 발표됐다. 비정규직 근로자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며, 고용의 질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유연성이란 명분하에 고착화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사회갈등의 요소로 등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644만4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1962만7000명의 32.8%로 집계됐다. 근로자 3명 중 1명이 고용형태가 불안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2007년 35.9%에서 2014년 32.4%까지 낮아졌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확대되고 있으며 그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시간제 근로자가 11.0%나 급증하면서 정규직 근로자는 1년 전보다 1.1%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은 2.8%나 증가했다.

특히 고령화로 은퇴 이후 일자리수요가 늘면서 전체 비정규직 가운데 50~60대가 44.3%를 차지했다. 특히 60대 이상 비정규직은 지난해보다 15만1000명 늘어난 146만8000명으로 전체의 22.8%였다. 성별로는 여성 비정규직이 14만8000명 늘어난 353만8000명으로 전체 비정규직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54.9%를 차지했다. 이는 박근혜정부가 고용유연성을 늘리고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시간제 근로를 장려한 탓이다.

임금격차는 더욱 더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49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2만7000원 올랐다. 반면 정규직은 9만9000원 늘어난 279만5000원이었다. 단순비교로도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은 절반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의 상여금 수혜비율, 사회보험 가입비율 등 일부 근로복지 조건은 지난해보다 악화됐다. 지난해 36.9%였던 비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올해 36.3%로 떨어졌다. 이는 비정규직 근로자 3명 중 2명이 은퇴 후 생계대책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정하고 잦은 실업으로 인해 생애 총 취업 기간이 짧을 가능성이 높다. 그마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면 실직해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결국 연금가입 이력도 짧아져 장래에 노후빈곤에 처할 위험이 매우 높다. 만약 이 사람들이 '비정규직 함정'에 빠져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개연성이 높다.

그동안 정권이 수차례 바뀌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결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노동의 유연성에만 정책초점을 맞추면서 되레 상황을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취업난 끝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면 저임금을 받고 2년마다 다시 비정규직을 전전하다 보면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 결혼이 늦어지고, 이는 다시 저출산, 저성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미래 국가 성장 동력의 저하를 의미한다.

비정규직을 줄이는 문제는 기업의 인식전환이 절대적일 것이다. 대기업이 앞장서 고용구조 개선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의 현실을 고려해 비정규직과 함께 안정적인 일자리도 균형 있게 제공되어야 한다. 특히 OECD 국가 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노인 빈곤율은 비정규직 중심의 단순 노무직에 집중된 고용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

여야 정치권은 내년 대선정국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정쟁을 멈추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검토해 내놔야 한다. 불공정사회가 고착화되면서 야기되는 계층 간 갈등을 완화시킬 혜안이 절실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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