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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정치권은 국민들의 외침과 비명을 경청하라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혐오'나 '충', 그리고 '헬 조선'과 같은 말들이 일상용어와 같이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거리낌 없이 던지는 농담부터 현실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진지한 자리까지, 아니 그를 넘어 하나의 학문적 연구대상으로 규정되어질 만큼 넓은 방면에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 벌어지면서 우리사회에서 이런 혐오의 감정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마저 '비선실세'란 한 여인의 꼭두각시놀음을 하며 국민들을 속였다는 현실에 절망하고 분노하며 혐오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혐오감정의 확산은 언젠가 폭발할 계기를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오늘날 한국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다양한 혐오의 감정들은 그것이 성별의 문제든, 세대의 문제든, 더 나아가 정치와 정책에 대한 문제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 분노한 대학생들과 교수사회에서는 연일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으며 금명간 100개 대학을 넘어설 것이라 한다. 퇴근길 직장인들은 물론 하교하던 중·고생들까지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을 켜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혐오의 감정들이 전국을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더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는 혐오의 표현들이 마치 쓰나미 마냥 범람하고 있다.

정부를 혐오하는 지금의 상황은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1960년의 4월 항쟁, 박정희 유신체제를 종식시킨 1979년의 10월 항쟁, 신군부의 항복을 받아낸 1987년의 6월 항쟁의 전야와 꼭 빼어 닮았다. 사회 전체에 안전핀을 뽑기 직전의 수류탄처럼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자칫 검찰의 수사결과가 국민들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폭발해버리고 말 것이며 국가적인 비극을 초래할 것임이 분명하다.

'순실의 시대'란 패러디의 대상이 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서처럼 혐오표현이 등장하기 이전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소설의 내용마냥 자아의 상실이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사태와 같은 비정상적인 정치상황이 반복되면서 이러한 자아상실의 문제마저 해결 못한 채 극단적인 '혐오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정부를 믿어왔던 국민들을 자존심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세계 각국의 언론들이 쏟아내는 조롱도 국민들은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듯 아직 주사위를 던지지 않았다. 대통령이 가슴으로 국민들에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수사를 받겠다는 의지표현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국론결집을 위해 자신을 주사위 던지듯 내던져야 한다. 정치권도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한국사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압축적 성장과 미완의 민주화에 대해 반문하고 고쳐나가는 '피드백' 과정을 가져야 한다. 행정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센 점, 권력분립과 상호 간의 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점,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생겨나는 정치적 폐단,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정당민주주의 등도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고쳐나가야 한다. 그래야만이 비정상적인 혐오사회를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혐오표현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일상처럼 쓰여 지는 사회를 방치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들에게 반전의 기회는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빗댄 사회 전체의 혐오의 외침과 비명들을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하나씩 서둘러 바꿔나가야 한다.

한국정책신문  kpinews@kp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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