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라는 한 여인이 국정농단을 넘어 국기를 뒤흔드는 행태를 보이며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이 현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에게 미리 유출됐고 최씨가 이를 손질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치권은 물론 나라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보도에 따르면 최씨가 미리 받아본 연설문 중에는 박근혜 정부 국정철학을 반영했다는 '드레스덴 연설문'은 물론, 허태열 비서실장 교체문제가 담긴 '국무회의 말씀' 자료까지 들어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특검은 물론 청와대 비서진 전면교체와 내각 총사퇴, 더 나아가 대통령 하야와 탄핵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국회 국감에서 최순실의 연설문 첨삭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고 말한 청와대 비서실장의 얘기가 실제 상황이 되고 보니 국민들은 그저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대통령 연설문을 첨삭 지도한 '빨간 펜' 선생님이 최순실이라는 일개 자연인이라는 사실에 그저 경악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사람들을 믿고 대한민국의 국정을 맡겼다는 게 도대체 믿을 수 없다는 참담한 심정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트위터를 통해 "통치자가 어리거나 지나치게 어리석을 경우 '섭정'이나 '수렴청정'을 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무자격자가 한 건 인류사상 처음"이라며 최순실씨가 사실상 수렴청정을 해온 것으로 규정했다. 더불어 "이걸 두고 '국기문란'이라는 사람이 많은데, 국가라야 문란할 '국기'라도 있다며 남의 영혼에 입만 빌려주는 사람을 최고통치자로 받들던 때는 '국가형성' 이전 시대"라고 질타했다.

이러한 여론에 떠밀린 박 대통령은 25일 대국민사과문을 긴급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는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취임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며 최씨의 연설문 첨삭의혹을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문건유출의 경위나 향후 수사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자신을 변명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국민들을 또 다시 실망시켰다.

이런 까닭에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사태의 매듭이 아닌 새로운 논란의 시작일 뿐이라는 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최씨가 청와대와 별개로 '비선 비서실'을 운영하며 국정전반에 개입한 정황과 다수의 인사 청탁까지 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결국 사건의 성격이 미르, K스포츠재단을 매개로 한 비선실세의 '비리의혹'에서 조직적인 '국정농단' '국기문란'으로 바뀌면서 향후 사태의 추이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개헌론을 주도하며 국면전환을 꾀하려 했던 박 대통령의 회심의 카드는 반나절 만에 그 추동력을 상실하며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그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국가의 품격마저 잃어버린 일련의 사태로 국민들의 자존심마저 앗아갔다는 것이다. 검찰수사나 특검이든 어떤 형태로든 이번 사건에 연루된 책임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해외도피 중인 최순실을 강제송환해서라도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국민들은 퇴임 후 검찰에 불려가는 실패한 대통령을 또 다시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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