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최근 개봉해 관객 700만명을 돌파하며 폭발적 흥행을 보인 재난영화 '터널'과 같은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다. 영화 '터널'은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드라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이를 돌파할 리더십마저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우리경제의 민낯과 다를 바가 없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 금융, 노동, 교육 등 네 가지 분야의 구조개혁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3년 가까이 흘렀는데도 체감할 수 있는 성과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어렵다. 부실기업 급증, 청년실업자 급증,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시장 과열 등 경제와 사회 전 분야의 당면과제들이 누적되고 있지만, 문제해결의 리더십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회를 탓하고, 국회는 대통령을 공격한다. 관료들도 청와대 눈치만 보며 보신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재정과 통화라는 경제정책의 두 축을 관장하는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부양 실패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 바쁘다. 당면 현안인 기업 구조조정도 시간벌기 식 해법에만 매달려 있다. 그런 까닭에 상장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다 못 갚는 좀비기업(한계기업) 비율도 30%가 넘어섰다.

그동안 경제를 이끌었던 견인차인 5대 주력산업도 흔들리고 있다. 조선과 철강, 석유화학은 중국의 공세에 밀리면서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 유일한 희망인 전자, 자동차분야도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국가경제의 절반을 책임진다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마저 안팎으로 흔들리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불량사태와 현대자동차의 잇단 결함과 리콜사태는 현재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기업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에 더해 가계취약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1257조원까지 불어나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90%대를 넘어서면서 한국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다. 9월 청년실업률은 9.4%로 동월 대비 역대최고치를 찍었다. 6개월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도 전년 동월보다 5만5000명 늘어난 16만7000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소득이 줄어든 서민들은 빚에 허덕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노동시장도 정부의 엇박자 정책으로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2013년 4월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면서 노조들의 반발로 '임금피크제'는 나중에 도입하기로 하면서 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정년연장으로 비용이 급증하게 되자 신규고용을 자제하면서 '고용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암울한 상황은 역대정권이 단기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대기업 친화정책을 편 결과 국가경제와 일자리창출의 뿌리인 중소기업정책을 소홀히 한 업보다. 최근 정권의 모금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전경련 해체론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게다가 새 환경에 맞게 우리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이 절실하지만, 각계각층 기득권 세력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내우외환의 위기상황을 맞으며 기업과 가계 모두 부실이 깊어가고 있다. 게다가 성장잠재력 하락이 계층 이동성까지 저해하면서 사회구조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깊어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26%까지 떨어졌다. 남은 임기만이라도 돌려막기 경제정책을 그만두고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초심으로 돌아가 고민을 하는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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