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담뱃값 인상 때 정부가 제대로 대응 못해 8000억원의 세금이 담배제조사와 유통업체에 고스란히 넘어간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무능해서 세금을 걷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인지 밝혀야 할 일이다. 올해 국감장을 달궜던 이 문제는 지난해 1월 1일 담뱃세를 올리는 과정에서 담배제조사와 유통업체가 보유한 재고량에 대한 인상차익이 세금으로 걷히지 않고 그대로 넘어가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2015년 4월 15일 김태환 새누리당 전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통해 당시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에게 정부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던 일이다. 김 전 의원은 국고로 들어가야 할 재원이 제조사나 유통업자의 호주머니에 들어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지만 주 차관은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주 차관은 현재 산업부 장관으로 일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가 1년 3개월 만에 감사원의 지적으로 다시 불거졌다.

감사원 분석에 따르면 담배제조사와 담배유통사는 2014년 12월 31일 4억9865만갑의 담배를 보유하고 있었고 담뱃세 인상으로 막대한 재고차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담배는 공장에서 출하할 때 세금이 납부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5억갑에 가까운 담배는 2014년의 담뱃세를 적용받은 채 보관됐고, 2015년 담배가격이 인상되자 고스란히 부당이득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7938억원의 부당이익이 발생했다고 계산했다.

문제는 관련법이 없어 이 세금을 환수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왜 정부는 8000억원에 이르는 세금이 새어 나가는 것을 수수방관 했을까. 정부가 담뱃세 인상을 주도하면서 가격이 올라 발생하는 재고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도 하지 않았다는 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정부가 만든 담뱃세 인상안에는 이에 대한 대책이 담겨 있지 않았다. 감사원은 기재부와 행정자치부 등 관계기관이 담뱃세 인상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각각 마련하면서 재고차익 환수 대책을 검토하여 마련하지 않아 재고차익이 국고 등 세입에 이를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사실 기재부는 매달 담배재고량을 보고받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고 자료에 따르면 담뱃세 인상을 전후로 기재부는 제조사로부터 달마다 생산량-반출량-재고량 등을 제출받았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재고차익과 탈세의혹이 유발된 것은 담뱃세 인상 전 시기의 재고량을 파악하고 있었던 기재부가 '담배사업법'에 규정된 담배제조업자에 대한 업무보고 지시 및 관계 장부나 서류 등의 열람권한 등의 의무를 방기한 것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꼼수를 부리다가 세원을 놓쳤다고 지적한다. 담배포장지에 연도를 표기하거나, 가격을 표시하는 방법, 포장지 색깔을 일부 바꾸는 방법만으로도 탈세를 막을 수 있었는데 세금환수 규정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말 무능했거나 다른 목적으로 담뱃세 탈루를 눈감은 것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의혹을 제기하는 측은 2014년은 심각한 재정난으로 정부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재고분을 인정해서 하루빨리 세수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담뱃세 인상 때 세수증대보다 금연으로 인한 국민건강 증진을 더 앞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담뱃세를 올렸는데도 담배판매가 큰 폭으로 줄지 않으면 세금 거두려고 담뱃세를 인상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 발생했든 정부는 이런 의혹에 대해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담배제조사와 유통사에 세금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이런 터무니없는 실수를 한 과정을 투명하게 해명해야 한다. 이런 무능한 행정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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