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일등기업들이 잇따라 추락하고 있다. 초일류기업이라 자랑했던 삼성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폭발로 단종을 선언했다. 삼성의 손실을 떠나 '대한민국=IT강국'이라는 자부심이 한꺼번에 무너진 사건이다. 삼성과 함께 한국경제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현대자동차도 엔진결함 등의 이유로 대규모 리콜과 함께 국내외에서 배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삼성과 현대차의 위기는 곧 한국경제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최근 몇 년 동안 허덕이던 한국기업들이 이제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과거 고유가 파동, 외환위기, 금융위기에도 오뚝이처럼 되살아났던 우리 기업들의 저력이 이번에도 발휘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주력업종의 구조조정과 상품경쟁력 저하로 재기의 동력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 기업들의 현실이다. 지난 몇 년간 꾸준한 성장을 뒷받침했던 중국시장 상황도 녹록치 않다. 미래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도 외국기업들과 비교할 때 턱없이 모자란다.

한국경제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위기는 더 이상 우리 기업들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각성제 역할을 했다. 돌이켜보면 올해 들어 IT, 자동차, 조선, 중공업 등 한국 주력업종의 선두기업들은 실적이나 신뢰에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 올해 조선, 해운업 몰락은 한국기업 쇠락의 신호탄이었다. 지난해 10월까지 39척의 선박수주를 받았던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단 9척의 수주에 머물렀다. 세계 7위 해운선사였던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물류대란을 일으켰다. 해운강국이라는 위상에 타격을 입혔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태는 삼성전자의 브랜드이미지 손상을 넘어 한국 IT산업의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도 장기 노사갈등과 국내외에서 불거진 잇단 리콜 파문은 당분간 실적회복의 기대를 접게 하고 있다. 사실 이런 위기는 그동안 애써 외면했을 뿐 당연히 일어날 수 있던 일이다. 우리 기업의 기초체력이 이미 바닥이 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계기업은 증가하고 제조업가동률과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경제통계를 살펴보면 3년 연속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많은 한계기업이 전체기업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14.3%에서 지난해 14.7%로 올랐다. 또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률은 1991∼1995년 연평균 6.6%였다가 2011∼2015년 3.9%로 대폭 낮아졌다. 현재의 영업부진보다 글로벌경쟁력 및 미래 성장성이 어둡다는 점은 우리 기업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더욱 뼈아프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2개 주력업종 가운데 10개 업종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미 추월될 우려가 있는 심각한 상태에 빠진 것을 알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소프트웨어 분야의 인수·합병(M&A)은 미국의 약 5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국기업의 잇따른 추락이다. 문제는 다시 비상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회복할 묘책은 없어 보인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얘기다. 우리 주력기업들이 어떻게든 단기실적이라도 내야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간을 들여서라도 연구·개발, 품질관리 등 산업경쟁력 강화를 통해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