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파행이 새누리당의 국감복귀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7일간의 단식투쟁이 빈손회귀로 마무리 됐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상당한 실리도 챙겼다는 분석이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의 싸움은 당초부터 미스매치의 성격이 짙었다. 국회법에 특별히 어긋나지도 않은 발언에 새누리당이 발끈하고 나선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숨어 있었다. 우선 우병우 민정수석과 미르·K스포츠재단의 문제가 표면적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법과 세법에 대한 장기적인 그림을 지적한다.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세법전쟁'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때부터 증세반대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법인세 인상과 부자증세에 대한 입법안을 준비해왔다. 특히 내년 대통령선거를 1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한 발도 양보할 수 없는 중요사안이 되어버렸다. 세입은 대선공약의 핵심인 경제운용계획과 복지공약의 재원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지렛대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은 일종의 발화점이었다. 이어진 국정감사 보이콧과 정 의장 흔들기는 시간벌기와 길들이기 전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국회의 지적을 파행적 의사일정으로 모면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엿보인다. 새누리당이 4일 국감복귀를 선언했지만 이미 까먹어버린 일정을 연기해줄 일도 만무하다. 결국 민감한 사안은 이런저런 이유로 버티거나 피하면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정세균 의장 흔들기는 야당출신인 국회의장이 법인세, 소득세법 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할 가능성에 대한 '견제구'로 읽는다면 보다 명쾌해진다. 예산부수법안으로 논의되는 세법이 해당 상임위와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의장은 직권으로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예산안과 함께 자동으로 본회의에 넘길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여야가 합의하지 않는 법안은 의장의 직권상정 없이는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세법은 예산부수법안으로 처리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2014년 야당이 반대하던 담뱃세 인상안을 이런 방식으로 통과시킨 바 있고, 정 의장은 법인세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에 포함시킬 수 있음을 지난달 22일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표 500억원 초과법인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소득세에 대해서도 과표 5억원 초과의 소득세율 구간을 신설해 41%의 세율을 매기는 내용으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당도 법인세는 과표 200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22%에서 24%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소득세의 경우 과표 3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38%에서 41%로 올리고, 과표 10억원 초과 구간에는 45%의 세율을 적용토록 했다. 국민의당이 더민주보다도 강도가 높은 증세안을 내놓고 있다. 이런 형국에 정 의장의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새누리당은 경계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법인세 문제는 향후 한국경제 성장 동력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결코 정치권이 포퓰리즘적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될 문제다. 하지만 법인세를 인상하더라도 동반성장과 고용창출 등에 기여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방안을 택한다면 굳이 반대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특히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단의 설립과 기금모금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준조세의 부담이 기업 활동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기업 일선에서는 차라리 준조세 내기보다는 법인세를 인상하는 게 낫겠다는 목소리도 전해진다. 우리경제의 성장 동력을 저하시키는 것은 법인세나 소득세의 증세가 아니라 음성적으로 요구하는 준조세 탓이 터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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