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구조개혁이란 명분 아래 지방대학과 인문사회, 자연과학, 예체능계열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3년간 펼친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살펴봤더니 서울에 있는 대학은 살리고 지방대학만 죽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교육부가 추진한 '프라임사업(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을 분석한 결과 인문사회, 자연과학 및 예체능분야에서 줄어든 입학정원이 전체 감소분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개혁 현황을 보면 정원을 줄인 대학의 77%가 지방대였고 100명 이상 정원을 줄인 대학의 83%도 지방소재 대학이었다. 서울지역 대규모 대학 4곳은 오히려 정원이 늘었다.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교육부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그 결과 전체 일반대학 정원 중 서울소재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학년도 22.4%에서 2016학년도 23.4%로 늘었지만 지방대 정원 비중은 같은 기간 64.2%에서 63.3%로 줄었다.

지방 대도시에 소재한 국립대학들은 개발경제시대엔 이른바 최고의 명문대학이라 꼽히는 'SKY'에 버금가는 지방인재들이 선망하는 요람이었다. 이 시절 졸업생들은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임원, 정치인, 고위관료로 이름을 떨친 사람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수도권 인구집중현상과 동시에 왜곡된 대학서열화가 이뤄지면서 그 빛을 잃고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인문학과 예체능계열, 자연과학에 대한 홀대는 더욱 심각하다. ‘프라임사업’으로 총 5351명의 정원이동이 발생했으나 인문사회 및 자연과학분야에서 4105명이 줄어 정원 감소분의 76.7%를 차지했다. 반면 공학 분야에서는 427명이 줄었으나 이보다 10배가 더 많은 4856명이 늘어 '프라임사업'으로 늘어난 정원의 90.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을 미끼로 대학 내 인문사회, 자연계열의 순수학문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편 경기불황으로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인문계 입학정원을 줄이고 공대 정원을 늘리는 교육정책을 확대하면서 고교생들의 이과 선호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일부 고등학교는 문·이과 비율이 최근 들어 3대 7까지 벌어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이공계 학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대학에 지원금을 수백억 원씩 주는 '프라임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앞으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는 단지 취업이 잘되지 않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무릇 인문학은 인간의 정신적 뿌리이며 인간의 삶과 존재의 문제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모든 학문의 기본 베이스다. 자연과학 역시 응용과학 발전의 기반이며 예체능도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콘텐츠의 산실이다. 그런 까닭에 대학이 다양한 학문의 요람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취업사관학교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쨌든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모든 대학들은 구조개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16년 현재 고교졸업생 수는 63만여명이지만 2023년에는 40만명 선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대학정원은 50만여명에 이른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7년 후면 대학정원이 입학할 학생 수보다 10만명이나 더 많아지는 이상한 구조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대학교육이 이렇게 왜곡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교육부의 고급인력 수급정책이 애초부터 잘못되었다는 증거이자 업보다. 정부지원금에 목을 맨 대학들의 태도도 문제다. 지금처럼 정부지원금을 미끼로 한 반강제적인 대학구조개혁은 어떤 형태로든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다. 대학의 구조개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학문의 균형발전이란 대명제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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