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에 이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정경유착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년 대선정국의 핵폭탄 급 뇌관이 되고 있다. 야당은 정부를 향해 미르·K재단에 불거진 각종 의혹의 진상을 밝히라고 추궁했고 여당은 허위 의혹 제기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도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사실을 왜곡해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의혹을 정면부인하고 나섰다.

이유야 어쨌든 미르, K재단이 5시간 만에 회의록 위조 등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설립인가 되었고, 단기간에 800억원에 가까운 돈이 모금되었다는 점에서 의혹을 받기는 충분해 보인다. 게다가 재단출범에 일부 면세점 입점경쟁기업이 있다는 점도 의심을 받기엔 충분하다. 야당은 이런 정황들을 들어 비선실세를 포함한 권력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한다. 30여년 전 전두환 정권의 일해재단의 모금방법과 매우 흡사하다는 이야기가지 나온다.

재단설립의 모금창구와 실무를 맡았던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자신이 안을 내 설립된 것이라고 강변하며 청와대 개입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 또한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살아있는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독박'을 쓰려는 행태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돈을 받은 두 재단 또한 '모르쇠'로 일관하며 정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논란이 불거진 뒤 자발적으로 돈을 냈다고 나서는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체육과 문화를 매개로 하는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재단에 돈을 낸 기업들의 이름 또한 이상하리만치 거의 겹친다는 것도 의심스럽다. 한 사람이 돈을 모아 두 곳에 나눠준 모양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일사불란하게 줄 세울 수 있는 힘을 빼놓고선 설명하기 어렵다. 기업들은 수백억 원을 출연하고도 정작 재단의 인적 구성과 실제 운영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 의혹이 확산되자 전경련은 부랴부랴 재단운영을 정상화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박 대통령 측근이자 비선 실세로 알려진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씨가 두 재단의 모금 과정 뒤에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의혹 또한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의혹 당사자들과 재단들의 물리적 거리가 매우 가까운 것도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석연찮다. 특히 의혹의 핵심인 최순실씨 소유 빌딩과 미르, K스포츠재단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사저와 집권 이전 운영했던 재단도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와 청와대, 여당의원들은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며, 국정감사 시기마다 연례적으로 나타나는 허위의혹 제기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옹색해 보인다. 그동안 주변 인사들을 둘러싼 비리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제대로 된 설명이나 해명 없이 '국기문란', '유언비어', '정치공세'라고 찍어 누르고, 의혹을 제기한 쪽을 공격하는 일이 거듭돼왔기 때문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차일피일 미루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표를 25일 검찰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리했다. 이 전 감찰관은 오는 30일 법사위 국감에서 기관증인으로 채택되어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의 내사에 관한 답변이 기대됐지만 이날 사표수리로 출석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야당은 이 전 감찰관의 국정감사 기관증인 출석을 막으려는 꼼수라고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가 아직 1년5개월이나 남은 가운데 동시다발적인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주장하듯이 확인되지 않은 폭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진상을 밝히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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