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금수저, 흙수저'는 몇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숙제이다. 계층간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암울한 미래를 예견하는 경고장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단기적인 대책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흙수저와 금수저의 극명한 대비를 보는듯한 발표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전방위 구조조정에 따른 칼바람으로 올 상반기 10대그룹 상장사에서 감원된 직원이 47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10대그룹의 상반기 사내유보금은 550조원으로 지난해 보다 크게 늘었다. 한편에서는 직원을 내쫒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회사의 수익을 곳간에 감춰놓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나 고통분담은 단지 구호뿐이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듯 직원들이 정든 회사를 떠나는 아픔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상반기에 수십억씩에 달하는 엄청난 보수를 챙겼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는 100대기업 CEO급 등기임원들의 보수가 직원 평균보다 무려 12.2배 많다는 분석을 내놨다. 무려 15배 이상 벌어진 기업이 26곳이었고, 10~14배 격차를 보인 곳도 22곳이나 됐다. 서슬퍼런 감원바람에서 살아남은 직원들도 씁쓸하다.

재벌닷컴의 분석에 따르면 업종별 감원인원은 위기의 조선업이 3229명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중공업이 1619명으로 1위였고 현대중공업 1110명, 대우조선해양 500명의 순이었다. 그 결과 3대 조선사 직원 수는 5만1353명으로 6개월 새 5.9%나 줄었다. 또한 세계적인 업황부진으로 조선업과 함께 구조조정 도마에 오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서도 각각 2.5%와 5.5% 줄어든 36명, 69명이 짐을 쌌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집계에 잡히지 않은 다수의 비정규직과 이들 10대그룹보다 더 큰 불황을 겪고 있는 중견그룹, 중소기업의 감원직원 숫자까지 포함하면 그 인원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말 546조4000억원보다 3조6000억원(0.6%) 늘어난 10대그룹 상장사들의 550조원 사내유보금은 직원들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곳간에 쟁여놓은 것인지 궁금하다.

이런 직원들의 아픔과는 달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대기업 총수와 CEO들은 고액연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어렵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몇몇 그룹 회장들은 적게는 38억원, 많게는 52억원을 챙겼다. 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전 회장들도 수십억씩의 퇴직금잔치를 벌였다.

게다가 현재 모기업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한 계열사 한진해운을 거느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보다 10% 가량 늘어난 41억원 정도의 보수를 챙겼다. 형제끼리 비열한 경영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도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어난 18억7500만원을 가져갔다. 이는 국민감정을 도외시한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CEO와 등기임원들의 보수지급을 늘린 회사들은 실적개선에 따른 성과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환율급락, 저유가 같은 악재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실속만 챙기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그룹 계열사가 재무적으로 위기를 겪고, 검찰수사를 받는 비상상황에서 오너 등 CEO가 예년 수준의 급여를 받거나 더 받는 것이 합당하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러한 모든 상황들은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우리는 기업인들이 기부왕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과 같은 선행을 하기를 애초에 바라지도 않는다. 기업경영에 있어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대가로 얻은 열매인 수익의 일부라도 나눌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도 가져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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