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대한항공 조원태 부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공정위는 지난 달 원태, 현아 남매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라는 지위를 이용 자회사인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제출했다. 그동안 재벌경영과 관련한 비리수사에서 일감몰아주기 같은 내부거래는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였다.

최근 재벌닷컴이 자산순위 20대그룹의 2015회계연도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부거래 비율이 50% 이상인 계열사 수는 전체 926곳의 28.2%인 261개사로 나타났다. 재벌계열사 3곳 중 1곳 꼴이 일감몰아주기로 연명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 재벌계열사들이 내부거래로 만들어낸 매출액은 149조2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회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심각한 범죄로 여기는 이유는 그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모기업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내부거래 비중을 높이는 경우 공정경쟁 질서를 무너뜨린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부품업체라도 대기업이 싼값으로 자회사에 하도급을 준다면 다른 업체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

더 나쁜 것은 일감 몰아주기가 ‘부의 편법상속’ 도구로 쓰인다는 데에 있다. 총수일가가 지분 규제를 피해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자회사의 자산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때 자회사 설립을 아예 상속받을 자녀의 명의로 만들고 볼륨을 키우는 편법이 동원된다. 최근 정치권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강화가 이슈가 되는 것도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이달 초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국내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할 수 있는 현행법의 허용범위가 너무 넓어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재벌총수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이 30% 미만(비상장사 20%)일 경우 규제대상(증여세·법인세 등 세금 부과)에 포함되지 않는다. 채 의원은 이 범위를 계열사의 상장여부와 관계없이 20%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법률은 예외조항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거래를 광범위하게 허용해주고 있어 실질적인 규제는 어렵다. 효율성증대 거래차원에서 기술적 특성상 전후방 연관관계에 있는 계열사와의 거래, 산업연관성이 높은 계열사와의 거래, 회사 일부사업을 전문화된 계열사가 전담하고 그 사업과 관련한 거래, 계약이행의 신뢰성을 고려한 거래 등 협업체계를 허용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보안성이나 긴급성이 요구되는 거래라는 모호한 기준도 예외사항으로 들어가 있다.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 또는 정보 등이 유출돼 경제적 회복이 어려운 피해가 우려되는, 긴급한 사업상 필요에 따라 불가피한 거래라는 포괄적 기준도 포함된다.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맞는 얘기다. 각종 규제에 묶여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만큼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필요하면 법을 고쳐서라도 해야 할 일이다.

우선적으로 예외조항을 구체화하고 적용범위를 축소해야 한다. 소유지분의 간접화(자회사의 자회사 지분)를 통해 규제를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분율을 계산할 때 간접지분도 포함해야 한다. 실질적인 수혜를 입은 재벌총수 일가에 증여세를 부담하게 하려면 증여이익 계산 시 정상거래 비율 15%를 차감해주던 것을 삭제하고, 지분율 3%를 초과하는 총수일가에만 한정된 과세범위를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공정사회로 가는 길임이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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