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인천 송도의 민간어린이집 교사가 네 살배기 아이를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대한민국 전역을 공분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공개된 CCTV영상에는 어린이집 교사가 점심식사 후 원생들의 급식 판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남긴 김치를 먹게 하다가 이를 뱉어내자 오른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장면이 담겼다.
지난 10월에는 충북 제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세살배기 남자 원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CCTV를 정밀 분석한 결과 담당교사가 아이를 재우는 과정에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씌우고 온 몸으로 누른 정황이 포착됐고 경찰은 질식사 가능성을 인정해 담당교사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아동학대 교육 확대 및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등 아동학대 방지대책이 마련됐지만 이후에도 아동학대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어린이집 아동학대 실태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한국아동보호학회와 공동 주최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례별 대처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와 무궁화복지월드가 주관단체로 참여했으며 화광신문·한국로슈진단·에브리데이리테일·광동제약에서 후원을 맡았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명순 천사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대응 방안'을 주제로 어린이집 아동학대 발생 요인에 대해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7만1170건에 달하며 이 중 학대로 판단된 건수는 4만999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5년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1만1715건으로 5년 저인 2011년(6058건)에 비해 약 2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은 아동이 살고 있는 가정 내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어린이집 또는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학대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학대 대상인 아동이 어리기 때문이며 아동이 어릴수록 정신적·신체적으로 미성숙해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고 대처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원장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3D직업군에 속해 어린이집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은 전문성을 갖춘 보육교사 채용에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며 부모의 과도한 관심과 다양한 민원, 수시로 나오는 감사와 평가인증 확인점검 등 아동의 보육과 교육 업무를 제외하더라도 부수적인 서류업무와 잡무가 많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이에 이 원장은 보육교사들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부모들이 아동의 양육을 어린이집에 의존하는 경향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보육교사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의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저임금·휴식시간 부족 등으로 신체적·심리적 소진상태에 이른 보육교사가 직무스트레스까지 겹치면서 아동학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육교사는 근로자의 개념 보다 전문가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보육교사가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아동에게 보육·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이원화 돼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제도를 일원화함으로써 국가가 보육교사를 전문가로 인정해주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임구원 건양사이버대 교수도 "보육교사의 질이 곧 아동교육의 질과 직결된다"며 "아동학대의 예방은 보육교사의 질적 개선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보육교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전문자격강화를 위한 철저한 검증 ▲보육 관련 직무교육확대 ▲보육교사의 신분 보장 ▲벌점강화와 아웃제 도입 ▲전문가로서의 처우개선과 보조교사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안하며 "재원마련을 위한 세수확보방안 등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장기적인 보육정책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대처방안 외에도 다문화가정의 아동학대 사례와 대응방안,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의 아동보호서비스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