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28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감정노동 실태조사 분석결과 발표 및 감정노동자 보호입법 추진 토론회가 개최됐다.

기내에 제공된 라면이 설익었다는 이유로 승무원을 폭행했던 이른바 '라면 상무' 파동,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이륙 준비 중이던 비행기를 되돌려 승무원을 하기시킨 '땅콩회항' 사건 등은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는 대표적 고객 '갑질' 사건이다. 

지난해에는 대형 마트 주차요원에게 무릎을 꿇게 한뒤 사과를 받아낸 모녀가 사회적 논란이 되는 등 '진상' 고객들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감정노동자들의 인권보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감정노동자의 실태를 짚어보고 다양한 법적·제도적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김부겸·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와 공동주최로 28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감정노동 실태조사 분석결과 및 감정노동자 보호입법 추진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 사회의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감정노동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감정노동자들은 기업의 지나친 친절 강요 및 소비자들의 무리한 요구 등으로 인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건강장애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도 "감정노동의 증가와 함께 정신적 스트레스 및 건강장해 등의 피해를 입는 근로자의 수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 결과를 보면 산업재해의 대부분은 사고성재해가 차지하고 있어 감정노동근로자의 건강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대책이 따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가이드 규정에 따르면 '감정노동'이란 직업상 고객을 대할 때 자신의 감정이 좋거나, 슬프거나, 화나는 상황이 있더라도 사업장에서 요구하는 감정과 표현을 고객에게 보여주는 등 고객응대업무를 하는 노동을 말한다.

학계에서는 감정노동이 심해지면 노동자들은 감정의 부조화로 우울, 적응장애, 정신적 탈진상태에 빠질 수 있고 신체적으로도 고혈압, 심장질환 등의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근로자의 직무만족도가 떨어져 기업차원에서는 생산성이 감소하고 결국 노동자가 이직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먼저 감정노동자 의식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지난 7월 조사한 '2016 감정노동자 의식·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감정노동자들은 공격적이거나 까다로운 고객, 능력이나 권한 밖의 일을 요구하는 고객을 기피했으며 이들의 부당하거나 막무가내 요구로 인해 업무수행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고객을 응대할 때 자손심이 상한다 ▲고객에게 감정을 숨기고 표현하지 못해 답답하다 ▲고객을 응대할 때 나의 감정이 상품처럼 느껴진다 ▲퇴근 후에도 고객을 응대할 때의 힘들었던 감정이 남아있다 등의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 원인은 고객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직장이 요구하는 대로 고객에게 잘 응대하는지 감시를 당한다 ▲고객의 평가가 업무성과 평가나 인사고과에 영향을 준다 ▲고객응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의 잘못이 아닌데도 직장으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는다 등 조직의 감시 및 모니터링에 의해 받는 스트레스도 많았다.

한 차무처장은 특히 "감정노동에 노출이 많이 되면서 감정의 부조화를 느껴 손상을 입고 거기에 더해 감시까지 받으면서 결국 조직으로부터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감정노동자의 현실"이라며 조직의 지지 및 보호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수연 국가인권위원회 여성인권팀장은 '인권보호 측면에서의 감정노동자 보호방안'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이 팀장은 "감정노동은 콜센터·마트·병원·항공사·편의점·호텔·백화점 종사 노동자 등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폭넓은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서비스에 대한 기대 또한 증가함에 따라 향후 서비스 분야 종사자에 대한 감정노동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감정노동은 노사간 뿐만 아니라 고객 등 제3자와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노동문제로 전통적인 노동법제 차원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감정노동에 대한 언급이 없어 감정노동으로 인한 업무상 질병이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감정노동 개념 정립 ▲감정노동의 산업재해 인정 ▲감정노동에 대한 사용자의 보건조치 의무 부과 ▲감정노동자에 대한 성희롱 예방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대 국회에선 한명숙 전 국회의원이 감정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안을 2차례 발의했고 윤재옥 새누리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으며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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