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권리 강화한 '금융소비자보호법' 11월 정기국회 제출…손실 큰 고위험상품 등 판매전면금지 명령 가능

정세균 국회의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 제정 관련 쟁점'을 주제로 한 정책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출처=국회의장실>

그동안 '을(乙)'의 위치에서 금융회사에 비해 낮은 정보력과 교섭력으로 크고 작은 손해를 보던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보호 장치가 적극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금융소비자학회는 20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 제정 관련 쟁점'을 주제로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을 ▲사전적 보호제도 ▲사후적 보호제도 ▲금융소비자보호 기구 설립 등으로 나눠 논의된 이번 행사에에서는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판매금지 명령권'과 '과징금 제재 규정', '위법계약 해지권' 등에 대한 활발한 토론가 이어졌다.

먼저 개회사를 맡은 임성호 국회입법조사처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금융소비자보호는 가장 중요한 정책현안 중 하나가 됐다"며 "금융소비자보호 체계의 종합적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법률안 제정을 위한 논의가 20대 국회에서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맹수석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핀테크 등 다영한 금융기업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매우 미흡했다"며 "금융시장에서 거래 주체로서의 금융소비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 학계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노력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우리 국민 모두가 금융소비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역의 소비자들 중에 금융소비자들이 가장 홀대를 받고 있다"며 "금융소비자에 대한 금융회사의 불공정하고 일방통행식인 경우가 많다. '을'의 신세에 놓여있는 금융소비자들이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의미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 19대 국회서 폐기된 '금용소비자보호 기본법'은?

지난 6월 입법예고된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이하 금소법)'은 국내 금융시장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금소법은 지난 2012년 19대 국회에서도 제출됐지만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까지하면 사실상 정부가 추진한 4번째 금소법으로 20대 국회에서는 오는 11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소법은 먼저 금융법상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모든 금융상품 및 서비스는 예금성·투자성·보장성·대출성 상품으로 재분류하고, 금융상품판매업자는 직접 판매업자·판매대리 또는 중개업자·자문업자 등으로 나눴다. 이같은 기본 체계 하에서 사전 정보제공·판매 규제·사후구제 등 전 과정에 걸쳐 소비자보호 강화를 도모하도록 규정했다.

먼저 금융당국은 소비자의 소송 수행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손해배상 소송시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 고의·과실 요건(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 위반시로 한정)을 금융회사가 입증하도록 했다.

투자성 상품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으로 손해가 생겼을 경우엔 소비자의 원금 손실액을 손해액으로 추정한다. 또 모집인 등 판매채널의 위법행위에 대해 금융회사도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아울러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행위, 불공정영업행위, 광고 규정 등을 위반했을 시 금융회사는 해당 위반행위로 인한 수입의 50%까지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구체적인 과징금 부과기준을 시행령에서 규정할 예정이다.

또 대출자는 계약 후 14일 이내에 서면, 전화, 컴퓨터통신 등을 통해 철회 의사를 밝히고 원리금을 상환하면 계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대출계약철회권'도 도입된다. 이는 금융소비자가 대출계약에 대한 숙려기간 동안 불이익 없이 대출계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다.

이밖에 금소법에는 ▲금융상품 판매행위 규제 강화 및 체계화 ▲대출모집인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판매제한 명령권 도입 ▲위법계약 해지권 도입 ▲'금융소비자정책위원회' 설치 근거 마련 ▲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 제고 등의 내용이 담겼다.

◆ 논란거리 하나, '판매제한·금지명령권'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 제53조 '금융위원회의 명령권'
[2항] 금융위원회는 금융상품으로 인하여 금융소비자의 현저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상품판매업자에 대하여 해당 금융상품의 구매권유 금지 또는 판매제한·금지를 명할 수 있다.

금소법 제53조 2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상품이 금융소비자에게 재산상 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되면 금융회사에 상품의 구매 권유, 판매제한은 물론 판매금지까지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험 파생결합상품 등이 투자자에게 큰 손해를 입힐 것으로 판단되면 금융당국이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사들에겐 큰 족쇄가 될 수밖에 없다.

시행령에는 재산상 피해 규모, 명백한 피해의 기준 등 판매 금지 명령이 작동할 수 있는 요건들이 담길 예정인데, 업계는 시행령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를 '금융상품개입조치권(Product Interventio Powers)'이라 부르는데 영국은 이미 도입했고, EU도 2017년에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상품개입조치권(Product Interventio Powers)
'특정' 상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단순경고를 포함해 공시서류 수정 요구, 광고 제한, 용어수정 등의 조치부터 판매제한·금지까지 넓게 금융감독기관이 하는 행정명령으로,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매우 크거나 클 우려가 있는 경우 해당 상품의 판매 이전단계에서 사전에 판매금지조치를 취한다는 특징이 있다.

'판매제한·금지명령권'에 대해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외국의 경우 판매 이전단계에서부터 금융회사에 감독기관이 개입하는 반면 금소법은 판매 이후 조치로서 활용될 수 있게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외국은 '판매제한·금지명령권'이 '예방형' 조치로 활용되고 있지만 금소법은 사후적 조치로만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판매제한·금지명령권'이 예방적 조치로 이용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판매제한·금지명령권'은 금융상품으로 인해 금융소비자의 '현저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만 발할 수 있어 위반이 명백한 사안에만 국한된다고 안 교수는 분석했다.

◆ 논란거리 둘, '과징금'

이번 금소법은 불완전 판매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의 성격을 띤 강력한 과징금 제재 규정도 신설됐다. 지금까지는 불완전 판매 등의 행위시 상대적으로 가벼운 과태료만 부과됐다.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 제62조 '과징금'
[2항] 금융위원회는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 또는 금융상품자문업자에 대하여 그 위반행위로 인한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100분의 50을 곱한 금액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상품에 대한 설명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설명서를 교부하지 않는 행위, 계약을 강요하는 등의 불공정 영업행위를 했을 때 위반행위로 인한 수입의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단 10억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안 교수는 과징금 조항에 대해 "영업행위 규제 위반에 대해 이른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그 한도를 50%로 정하고 있는 점에서 위법행위 유발인센티브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실무에서는 위반행위로 인한 '수입'이 무엇인지에 대해 업권별로 달라 보다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란거리 셋, '위법계약 해지권'

금융회사들에게는 불완전판매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해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위법계약 해지권'도 곤혹스러운 내용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소비자보호 기본법 제51조 '위법계약의 해지'
[1항] 금융소비자는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이 제17조부터 제21조까지를 위반하여 금융상품과 관련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 5년 이내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에 서면 등으로 해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금소법 제51조 1항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불완전판매 상품 권유,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등을 위반한 경우 금융소비자는 계약 체결 후 5년 이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금융위는 위법한 계약이라도 민법상 모두 무효는 아니라는 판례와 충돌되는 부분을 법률가들의 조력을 받아 피해간다는 방침이지만 업계는 시행령 기준에 따라 관련 분쟁이 대폭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위법계약이라는 범위가 너무 넓고 5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길어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계속적 계약이 아닌 금융상품의 판매 등의 경우에 아무리 중대한 위법이 결부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으로만 가야 해서 원상회복 등을 요구할 수 없는 한계가 그대로 존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약해제의 경우 민법의 일반원리에 맡겨도 상관 없다"며 "사기, 강박에 의한 취소나 무효는 소비자계약에의 특성에 맞춰 완화된 요건을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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