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실손보험은 실패한 보험정책일까? 성공한 의료정책일까?

의료실손보험, 즉 의료실비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하는 사설 민간 건강보험이다. 질병 및 상해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비용 중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부분과 본인 부담금을 보장한다. 실손의료보험의 실손(實損)은 ‘실제 손실’이란 뜻이고 이를 줄여서 ‘실손보험’이라 하며 ‘의료실비보험’ 혹은 ‘실비보험’이라고도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나머지 부분을 민간보험영역에서 보장하는 아주 좋은 보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주변의 입소문을 타고 가입을 사람들은 시작을 했다. 그때는 100% 본인이 부담한 금액을 모두 보장하는 아주 획기적인 제도였으며 기업과 공무원들은 단체로 가입을 하여 더 적은 가격에 큰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실손의료보험은 정해진 금액이 아닌, 실제 치료에 들어간 비용을 보상받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부분인 입원실 비용의 80%를 보장받거나, 선택형 가입 시 90%를 보장받는 식이었다. 여기에 특수 질병을 추가한다는 방식으로 보험료가 더 올라갈 수는 있지만 적어도 병에 걸렸을 때 든든한 보험의 역할은 충분히 하는 느낌이었다. 보통의 암보험 등은 약관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상품, 즉 정액형 보험이기 때문에 실손보험은 자동차보험과 그 성격을 같이 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국민건강보험과 달리 민간 보험사가 운영하는 순수 민간영리기업인 것이다.

실손의료보험 상품은 매년 보험료가 오르는 갱신형 보험이 일반적이며, 가입 대상과 보장 금액, 지급 기준 등 세부 사항은 보험사에 따라 다르다. 실손의료보험은 입원치료와 통원치료를 구분해 보장한다. 입원보장과 통원보장은 각각 질병과 상해의 두 가지로 구분해 총 4개의 담보로 구성한다. 기본적으로 입원·통원 치료비를 보장하지만 치료 목적이 아닌 입원이나 예방접종, 건강검진 비용 등은 보상하지 않는다. 단 의사의 임상적 소견을 받아 치료 목적으로 검사한 비용은 보상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출처=pixabay>

◆ 국민 3분의 2 가입한 실손보험, 손해율 150%라는데 왜 판매할까?

그런데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던 실손보험이 2016년 1월 1일부터 개정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의 적용을 받게 됐다. 개정안에서는 실손의료보험 보장범위가 확대됐다고 언론에서는 홍보했다.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정신질환 일부가 보장 대상에 포함됐다. 치매와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틱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증상이 명확한 정신질환이 해당하고 입원비 역시 보장 한도를 넘지 않았다면 기간에 상관없이 계속 보장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최초 입원일에서 1년이 지나면 보장 한도에 관계없이 90일간 보장을 받을 수 없었던 것에 비하면 더 혜택이 늘어난 듯하다.

하지만 표준약관으로 바뀌고 난 뒤부터 실손보험으로 인해 관련 전문가들은 물론 언론이 시끄럽기 시작했다. 의료계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이 되고 금감원에 항의방문을 하며, 연일 실손보험을 악이용하는 환자에 대한 보도가 되고 있다. 급기야 ‘자동차 사고 한방치료비 33%↑…제2의 실손보험으로 전락?’이라는 기사까지 눈에 보인다. ‘60대 남성 김모씨는 지난 2014년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했다. 경미한 상해를 입었지만 양방치료를 마친 후 지금까지 총 131회의 한방진료를 이어오고 있고, 한방진료로 탄 보험금은 2년여 동안 686만5210원이었으며 추나요법(1회당 1만1000원)이 올해 2월부터 도인운동요법(3만원)으로 청구되면서 진료비는 더욱 비싸졌다는 내용이다.

자동차보험에서 한방진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과잉진료가 증가하고 과잉진료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제2의 실손보험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약 1조5558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방진료비는 358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7% 늘었다는 것이다. 자동차보험 전체 진료비 가운데 한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9%에서 지난해 23%에 이어 올해 27.3%로 수직 상승하고 있다. 특히 한방진료 가운데 집과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 통원진료비는 2015년 2792억원으로 전년 대비 3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약, 약침, 추나요법과 같은 고가의 비급여 치료가 적용되면서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치솟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방진료기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방진료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심사 기준과 의료수가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제 곧 한방진료에 관한 또 다른 대안이 제안될 것이라고 보인다. 실손보험이 이와 동일한 악화과정을 이점에 보여주었으며, ‘실손보험은 3400만명이 가입했고 지난해 기준 손해율이 138%에 육박하며, 일부 보험사의 손해율은 무려 150%에 달하기도 한다’라고 한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영업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왜 판매를 하고 있으며, 왜 상품을 홍보하고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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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해본 금액 보장, 비급여 보장한다던 '제2의 국민의료보험' 되나?

실손보험 역시 폭탄 돌리기가 시작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손보험 가입자 중에서 병원 투어를 다니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들은 이 병원 저 병원에서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서 계속 문제가 제기되고 가입자에 대한 보장을 축소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하지정맥류가 대표적인 사례다. 보통 하지정맥류 수술은 두 가지 방법으로 시행되는데 메스를 사용하는 절개술과 레이저를 사용하는 비절개술이 있다. 당연히 레이저치료가 비용은 더 부담이 되고 치료효과와 경과는 좋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두 가지 수술이 모두 실손보험에서 보장이 되고 있었지만 새로운 약관에 의하여 이제는 메스수술만 실손에서 보장을 해주게 된다.

이와 같은 실손보험사들의 조치에 대해 하지정맥류 외과수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의사들은 화가 난 듯하다. 금감원과 보험사 측에서 하지정맥류 수술을 미용수술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에 핏줄이 울퉁불퉁 거리며 드러나기 때문에 미용적으로 보기 싫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용수술은 절대로 아니다. 이는 심장질환과도 연결이 되고 하지정맥류는 서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오는 질환 중의 하나로 심각한 통증도 유발이 되는 질병코드를 가진 질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미용수술이며 미용수술은 실손보험에서 제외한다고 하니 의사들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금감원에서는 이 부분을 전문가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고 비전문가적 소견으로 약관을 변경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제 순차적으로 실손보험의 변화를 예고했다. 즉, 손해율이 높아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손보험의 탄생배경은 분명히 의료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영역의 민영화, 즉 일반보험회사가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손해 본 금액을 그대로 보장한다던, 비급여 부분을 보장한다던 실손보험이 점차 국민의료보험과 같은 보장체계를 만들려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래 비급여를 보장하고자 했던 것이 실손보험의 취지였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포커스뉴스>

◆ 금융감독원, 국민을 위해 금융을 감독해야

현재 실손보험의 정책수립과 관리를 담당하는 금감원에서는 실손보험이 이렇게 손해가 될 줄을 몰랐다고 말을 한다. 당연히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보험사의 입장에서 손해가 커지면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높이면서 이를 대체할 수익기반의 새로운 보험을 다양하게 만들면 안 되지만 이를 추진하고 있고, 기존의 많은 실손보험 또한 약관을 다 읽어 보면서 가입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각 보험사의 실손보험 관련 약관을 살펴보면 의료적으로 말도 안 되는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상당하다. 더 심하게 표현하면 의료계의 자문을 받은 것인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독일은 법을 하나 만들 때에도 모든 것에 입법평가를 한다. 정책을 세울 때도 마찬가지다. 의료정책은 공공성을 가지고 국민들을 위해 하나라도 더 고민을 하며 이는 너무나 당연한 정책적 프로세스이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공공성으로 의사들의 희생을 요구할 때가 많다. 어느 순간부터 외과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계속 나오고 있고 응급실에 의사가 부족하며 시골 쪽은 병원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미 예견되어 가는 의료계의 미래 모습이다.

실손보험은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병원쇼핑을 하고 시간이 없는 직장인은 보험료만 낸다는 원성이 들리고 있다. 병원을 많이 다녀간 사람과 아예 가지 않은 사람들을 차이를 둬야 하는 것도 당연한 방법 중에 하나이다. 또한 실손보험을 실패한 보험정책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실손보험이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면 이를 담당하는 금감원은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류여해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

의료정책은 국민의 건강과 연결이 되는 바로미터이며 선진국의 4대 주요 복지정책분야 가운데 하나이다. 의료정책의 핵심인 국민의료보험도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며 이를 보완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실손보험제도 역시 그 본분과 공익적 목적, 향후에 나아갈 길을 명확히 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실손보험과 관련한 표준약관이 정말 필요하다면 각 의료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실손보험이 그 근본적 성격에 있어서 의료정책의 일환인지 보험정책의 일환인지도 이제 명확히 해야 한다. 국민의 3분의 2가 가입을 했다면 제2의 국민의료보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안 된다. 의료정책이든 보험정책이든 이제는 명확히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실손보험인지 그 입장과 명분을 명확히 하길 바라며 금감원 역시 그 역할이 국민을 위해 금융을 감독하는 자리란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정책은 "무엇"과 "왜"를 명확히 할 때 성공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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