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직자와 기업인의 비리와 부패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 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이 나왔다. 하지만 시행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농수축산물 예외 인정, 식사접대비와 선물비 상향 등 시행령 일부 완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법 감정은 적용대상 확대, 이해충돌방지조항 복원 등 되레 내용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애초 고통분담을 통해 깨끗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김영란 법'의 근본취지인 만큼 후퇴보다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더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언론인과 사립학교교원도 대상에 들어간 만큼 이들보다 더 공공성과 영향력이 막강한 변호사, 시민단체, 상급노조도 적용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의 경우 '김영란 법' 입법논의를 촉발한 '스폰서검사'의 '스폰서'였지만 입법과정에서 어느 순간 쏙 빠져나갔다. 

'김영란 법' 후폭풍이 국내경제에 '독'이 될 지 아니면 '약'이 될 지에 대한 논란도 분분하다. 이 법이 시행되면 민간소비 위축으로 경제에 어느 정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와 정부의 추경 편성 정도로는 이 같은 내수위축을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하반기 민간소비가 둔화하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성장률도 예상했던 2%대 중반에서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경제적 악영향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대체소비 등이 이뤄지면서 소비 위축 규모가 크지 않은 대신, 부패감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로 되레 경제에 긍정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가 국가별 청렴도를 분석한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고작 56점에 불과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7점까지만 끌어올려도 경제가 0.65% 포인트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영란 법'이 시행초기 경제에 미칠 파장의 정도에는 정부가 어떻게 운용하느냐라는 또 다른 주요변수가 있다. 이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충격을 감내하더라도 부패를 원천봉쇄하느냐, 아니면 정치, 경제, 사회적 여건과 적당한 타협을 통해 법의 근본취지를 훼손하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이 법이 시행되면 경제가 침체수렁으로 빠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안착하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우리경제와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국회 소위에서는 운영의 융통성과 내수위축을 빌미로 식사접대비, 선물비 등 일부 기준을 상향하자는 결의안까지 냈다. 하지만 이는 한마디로 적당한 부패는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궁극적으로 부패는 민간부문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공공투자를 왜곡하고, 공공재원을 잠식하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과거로부터 지속되어 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과감히 척결하지 않고서는 결코 우리가 소망하는 경제재도약과 지속가능한 성장은 이룰 수 없다. 

'김영란 법'은 그동안 우리사회가 부정과 부패, 비리의 관행에 젖어있었음을 눈물로 고백하는 참회록이다. 부패라는 오랜 역사적 악습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단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이다. 그런 까닭에 법의 근본 취지를 흔드는 그럴싸한 논리가 있다고 해도 결코 양보할 수 없다. 작금의 시행도 해보지 않고 법 개정을 논의하려는 태도는 어떤 경우든 옳지 않다. 앞으로 이 법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의식과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조하는 혁명적 변화를 가져와 우리나라가 건강한 선진강국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