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각도로 활용이 되는 것 중엔 '빅 데이터'다. 이것은 다양한 형태의 방대한 크기의 데이터로부터 경제적으로 필요한 가치를 추출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차세대 기술이다. 기업의 관점에선 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데이터를 '빅 데이터'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무수한 정보들을 규합하여 유의미한 정보 셋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기의 화제가 됐던 인류대표 이세돌과 바둑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도 방대한 '빅 데이터'를 활용한 것이다. 또한 빅 데이터는 어떤 연예인이나 정치인, 기업의 상품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도를 정교하게 분석하는 툴로도 사용되고 있다. 생활 속 예를 들면 최근 서울시에서 시행한 '심야버스' 노선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는 통신사의 무수히 많은 야간통화량을 토대로 구축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만 보면 '빅 데이터'는 건 참 좋은 것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엔 정보윤리의 침해라는 불편한 진실이 도사리고 있다. 정보윤리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또 다른 해외사례를 찾아보자. 어느 날 미국의 '타겟'이라는 대형마트에 한 남성이 찾아와 무섭게 항의를 하고 돌아갔다. 그 이유는 미성년자인 자신의 딸에게 육아, 유아용품 홍보카탈로그가 배송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만 본다면 그저 홍보카탈로그를 잘못 보낸 마트 측의 잘못으로 보이겠지만, 여기엔 또 다른 반전이 숨겨져 있었다. 몇 주가 지난 후 딸의 아버지는 마트에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저희 집에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희 딸이 곧 출산합니다. 귀사에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라고.

이 일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마트 측은 소비자 구매행태를 통계로 가공해 보관했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행태가 변하면 그에 따라 소비자에게 잘 팔릴 물건들을 홍보하기 위해 사용되었는데, 아버지의 딸이라는 소비자의 구매행태가 갑작스럽게 '무향비누'로 바뀌자 '빅 데이터'화된 시스템에서는 이를 '임신징후'로 인식하고 카탈로그를 보내게 된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우스운 이야기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집에서 딸을 지켜보던 아버지보다 딸의 임신을 빨리 알아챈 것은 '타겟'이었다.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무수히 많은 신용카드, 체크카드, 그리고 회원가입을 위한 개인정보들이 자신도 모르는 채 온라인공간을 떠돌고 있다고 생각하면 두렵기만 하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은 미국회사인 한국아이엠에스헬스 대표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수사 결과 이 회사는 2011~2014년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에 해당되는 4399만명의 의료정보 47억건을 약 20억원에 불법적으로 사들였다. 이 정보들은 본사로 보내져 '빅 데이터'로 가공해 100여억원을 받고 제약사들에 되팔았다고 한다.

미국은 '빅 데이터' 산업에 있어 다른 나라가 감히 범접하기 힘든 강국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산업육성 정책담당자는 이런 미국을 모범으로 삼곤 한다. 가장 대표적 미국의 데이터 브로커회사는 액시엄(Acxiom)인데, 세계인 7억명에 대한 포괄적 소비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지난해 약 10억달러(1조1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최근 인터파크에서 1000만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당신이 매일같이 받는 광고문자, 광고 톡, 광고카탈로그들은 그저 아무나 받으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 사회에서 당신을 지키는 것은 '당신의 주먹'도 아니고 '수중에 있는 많은 돈'도 아니다. 당신의 정보가 어딘가에서 기록되고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이 당신을 지켜주게 될 것이다. 이것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잊힐 권리'가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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