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결정에 따라 정치, 군사, 외교, 경제적 영향과 후보지로 물망에 오르는 지역사회의 민심 이반에 대한 걱정 어린 분석과 관측들이 분출하고 있다. 또한 이번 결정에 인접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동북아의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한·미·일에 대해 북·중·러가 맞서는 '신(新)냉전 구도'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반도 사드배치에 대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던 중국과 러시아는 예상대로 일제히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의 입장을 담은 성명을 내고 주중 한국, 미국대사를 불러 강력 항의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신속히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균형이 훼손되고 군비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당장 중국과 러시아는 미사일 전진배치 등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장 러시아는 사드가 배치된 지점까지 사정거리가 가능한 미사일분대를 배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러시아와 영토분쟁 등 긴장관계에 있는 일본은 사드배치가 지역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며 환영하고 나섰다. 이는 사드배치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대결구도의 새로운 윤곽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이러한 반발이 말로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사드배치에 대한 불만을 경제 분야로 우회해서 대응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액 중 26.1%를 중국이 차지할 만큼 높은 교역의존도를 기록하고 있는 현실에서 경제보복이 현실화될 경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과거 중국이 경제보복에 나선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직접적 무역보복보다는 비관세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예를 들면 중국 관광객 유커 송출을 제한한다든지, 또는 화장품 같은 한국 수입품에 대해 비관세장벽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보복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 더불어 통관이나 검역을 강화하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드배치에 대한 불만이 한국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지면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한류가 냉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과 현대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 역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회사사활을 결정할 정도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제를 경험한바 있는 재계는 더욱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드배치가 자칫 반한(反韓)감정을 불러 일으켜 한국 전체 관광수입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게 된다면 면세점, 여행업계 등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드배치를 바라보는 재계는 '가슴은 타들어가지만 말할 순 없다'며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한·중 관계 악화에 따른 대(對)중국 수출 감소를 우려하면서도 공식입장마저 밝히지 못하고 애를 태우는 이유다. 국제적인 안보이슈이기 때문에 경제계는 언급하기도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제재할 다음 수순까지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번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응해 어떤 형태로든 중국의 경제보복이 뒤따를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 두려운 것은 직접적인 경제보복 조치보다 중국 국민의 잠재적인 혐한(嫌韓)정서의 확산이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의 경제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치밀하고 전향적인 외교역량을 발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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