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친·인척 보좌진 채용, 리베이트 의혹이 잇달아 불거지며 이를 촉매로 여야가 경쟁적으로 '특권 내려놓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여야 3당이 국회의장 직속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 설치 등에 합의하며 후속조치도 곧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의 이런 논의가 이미 과거에도 제 허물을 감싸기 위한 할리우드 액션으로 끝난 적이 수차례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얼마나 실천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이번에 설치되는 자문기구는 이해 당사자인 국회의원의 참여를 최소화하고 각 당이 추천하는 외부전문가로 구성해 개혁안을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정치권이 입법화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 다. 자문기구가 설치되면 그동안 '방탄 국회'라는 오명의 빌미가 되어온 '불체포특권'이 논의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이 72시간이 지나도 폐기되지 않고 다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더 나아가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특권까지 손볼지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면책특권은 그동안 의원들의 '막말'과 '폭로' 등 정치적 공격수단으로 변질돼 폐지주장이 고조돼 왔다. 그러나 면책특권은 개헌사항인 만큼 이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국회법이나 국회윤리규칙 개정 등으로 다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와 관련해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친·인척 보좌진 채용과 관련해 국회의원 윤리규칙 개정안을 국회의장 의견제시 형태로 국회운영위에 제안하기로 했다. 한편 의원들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21일부터 최근까지 퇴직한 보좌진이 4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 발 저린' 의원들이 논란이 확산되자 자신이 당의 징계 심판대에 오를 것을 우려해 조속히 면직조치를 내린 결과로 보인다.

국회의원이 보좌진 월급 일부를 돌려받아 운영비 등으로 쓰는 '갑(甲)질' 관행은 고질적 병폐로 꼽히고 있다. 보좌진 급여는 '국회의원 수당법'에 의해 수당의 한 부분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의원들이 보좌진 급여를 제멋대로 사용해도 괜찮다는 그릇된 인식이 생겨났다. 또한 국회의원이 회의에 불참하고도 활동비 명목으로 수당을 챙기는 관행과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역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정치권의 이런 특권폐지 약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회 개원 초기나 선거를 앞둔 시점이면 어김없이 다짐하곤 했다. 19대 국회에서도 세비 삭감과 불체포특권 남용방지법, 보좌진 친인척 채용 제한법 등 15건의 특권폐지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된 건 국회에서 폭력을 휘두른 보좌관의 채용을 제한한 법안 단 한 건 뿐이었다. 허위사실을 유포해도 처벌받지 않는 면책특권이나 유명무실한 윤리특별위 활동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실현 가능성이나 부작용을 따지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면책특권 제한이 대표적이다. 불체포 특권과 달리 국회 본연의 의정활동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저항기류도 감지된다. 막말논란 등에 대해선 국회 또는 당 차원의 윤리기구를 강화하거나 언론을 통해 정치적·도의적으로 책임을 묻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여야가 공감하는 논리다.

이유야 어떻든 대내외적으로 여러 악재가 겹쳐있는 지금, 국회는 달콤한 특권의식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만큼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특권과 특혜개혁의 범위를 명확히 제시하는 등 실효성을 담보할 구체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만약 '특권 내려놓기'의 실천이 이뤄진다면 정치권이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첫 단추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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