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이란 말은 호구와 고객을 합친 말로, 어수룩해 속이기 쉬운 손님을 비꼬아 표현하는 신조어다.

물건을 판매할 때는 '고객님'이라며 온갖 달콤한 말로 고객을 유혹한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 '꼼꼼이 따져보지 않은 고객의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해 소비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제적 '호갱'이다. 최근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을 일으킨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이 국내 소비자와 미국 소비자들에 대한 모습만 보더라고 그렇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28일 배기가스 조작에 대한 책임으로 미국에서 무려 18조원에 달하는 배상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 소비자들은 최저 5100달러(약 580만원)~최고 1만달러(약 1136만원)까지 배상금을 받게 됐다. 이 금액은 미국 역대 집단소송 합의액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어떨까. 앞서 폭스바겐은 리콜계획서를 부실하게 작성해 세 차례나 리콜 계획을 승인받지 못했다. 또 판매된 차량에 대해서 소프트웨어만 바꾸면 연비 등 성능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옥시도 마찬가지다.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 때문에 수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안타깝게 생명을 읽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옥시는 이를 철저히 외면함과 동시에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가습기 피해자들의 긴 싸움과 국내 소비자들 사에에서 옥시 불매 운동이 확산되자 옥시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사망자는 1억5000만원, 1·2등급 판정 피해자는 1억원 이상의 보상안을 내놨다. 하지만 옥시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성의 없는 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무성의한 태도와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차별은 정부의 무능함과 솜방망이식 처벌이 문제다.

외국의 경우 폭스바겐·옥시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물품을  모두 리콜조치하고, 손해배상은 물론 별도로 정부에 수십억달러의 벌금을 내야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오랜 전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해 시행되고 있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제한적으로 도입돼 소비자들의 피해 보상과 기업의 처벌이 어렵다.

최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를 잇따라 발의했지만 이마저도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미 19대 국회에서도 '집단소송법' 제정안 2건, 관련 법안 7건이 발의됐지만 결국 임기 만료로 폐기됐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소비자의 피해를 막고,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다시 발의됐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가 나서 법 추진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국내 소비자들도 제품 불매운동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물의를 일으킨 외국기업을 다시는 국내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처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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