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히 병화가 있을 것이니 내침에 대비해야 합니다."(황윤길)

"그런 정상은 발견하지 못했는데 윤길이 장황하게 보고해 인심이 동요되게 하니 사의에 어긋납니다."(김성일)

임진왜란 직전 일본에 파견됐던 황윤길과 김성일 두 사람은 조정에 이렇게 상반된 보고를 했다.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아는 대로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중장기 경제 어젠다 추진 전략회의'에서는 이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한국경제가 겪는 어려움의 원인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며 "노동개혁은 반드시 성공시켜야할 개혁"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노동개혁 없는 경제민주화는 기업부담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 인사들은 김 대표와는 사뭇 반대되는 발언을 쏟아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 노동개혁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노동정책은 포용적 정책으로 대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쉬운 해고'나 파견법 개정은 좋은 노동 정책도 아니고 좋은 경제 정책도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직격탄을 쐈다. 심 대표는 특히 "(노동개혁이 시행되면)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고 투자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렇게 상반된 주장을 하는 여야를 지켜보면서 황윤길과 김성일을 떠올리는 것은 기자만의 오버 센스일까?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장관이 1997년 외환위기 때의 교훈을 후대에 남기기 위해 펴낸 '외환위기 징비록'을 다시 들춰보게 되는 요즘이다.

저작권자 © 굿모닝경제 - 경제인의 나라, 경제인의 아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