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력들이 은연 중에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당 회의에서 한 얘기다. 1월 국회에서 원샷법을 처리키로 했던 합의를 뒤집은데 대해 정부, 여당과 보수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그에 대한 항변으로 한 주장이다. 정부, 여당, 보수 언론이 재벌들의 사주를 받아 야당을 몰아붙인다는 뉘앙스다.

김 위원장의 이런 인식은 과연 현실을 제대로 꿰뚫어 본 것일까? 기자의 눈에는 오히려 '적반하장'의 모양새로 비친다. 지금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국회의원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를 양산해 내는 의원들의 입법에 기업의 경영이 좌지우지 되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면세점 특허 시한을 5년으로 제한한 관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또 신용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로 하루아침에 연 6000억원이 넘는 수익 감소를 눈물로 받아들여야 했다.

어디 그 뿐인가. 국정감사 시즌에는 의원들이 기업인들을 불러다 놓고 호통을 치는 장면이 연례행사처럼 돼버렸다. 이를 면하기 위해 일부 재계 인사들은 없던 해외 일정을 일부러 만들어 '도피성 출장'을 나가기도 한다.

때문에 요즘 대기업들은 대관업무, 특히 대국회업무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틈새시장을 노리고 일부 대형 로펌에서는 '법제지원서비스' 등의 이름으로 대국회 로비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기업들에 군림하고 있는 현실을 김 위원장은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5공 때 기업들로부터 돈을 거둬들여 동료 의원들에게 나눠줬던 기억 때문에 지금의 '경제 세력들'이 낯설고 위압적으로 보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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