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도 이젠 '셀프' 열풍이다.

셀프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 이젠 업종과 상관없이 많은 분야에 자리잡고 있다.

셀프산업은 1950년대 미국에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1976년부터 '셀프 비즈니스'를 선보였고,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DIY(Do it yourself) 상품이 소개됐다.

특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셀프라는 말은 자주, 그리고 흔하게 쓰여 생활의 일부분이 된 지 오래다. 스스로 기름을 넣고 돈을 지불하는 셀프 주유소, 자신의 차를 직접 청소하는 셀프 세차, 생활공간을 직접 꾸미는 셀프 인테리어 등 우리 생활 대부분에 셀프라는 단어가 뿌리를 깊게 내렸다.

이젠 셀프라는 말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까지 범위를 넓혔다.

지난 20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에 자신의 이름을 2번에 올렸다. 1번이라는 자리가 부담스러워 스스로 2번을 선택했던 것일까.

1번은 보통 여성에게 돌아간다. 김 대표가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번호다. 하지만 김 대표는 남성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앞 번호인 2번을 '직접' 골라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남자로선 1번인 셈이다.

이처럼 김 대표에 대한 '셀프 공천'이 논란이 되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자신의 결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 대표의 셀프 공천에 대한 문제는 또 있다. 김 대표는 2월 28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가 비례에 욕심이 있느냐,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정도만 아시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왜 20대 총선을 24여일 앞두고 비례대표 후보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을까. 비례대표에 대한 욕심이 다시 생긴 것일까. 아니면 비례대표만 5번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고 싶었던 걸까.

김 대표의 이런 결정은 많은 부분에서 의문을 가지게 한다. 일각에서는 대권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대표는 무엇을 위해 이 같은 논란 속에도 자신의 결정에 대해 그렇게 떳떳한 것인까. 국민들이 원했다고 할 것인가. 이제는 누구도 믿을 수 없으니 스스로 살 길을 찾은 것일까.

김 대표는 제1 야당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다. 무엇보다 당을 위해, 그리고 국민들을 위해 철저히 검증하고,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욕심이 불러올 파장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얼마전 많은 사람에 회자되었던 책이 있다.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하버드대(정치학)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다. 국내에서 무려 200만부 이상 팔려 어려운 내용이지만 당당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김 대표도 이 참에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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