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판매해 많은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를 구두약 업체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군다나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공식 매뉴얼도 없이 하청 업체가 제품을 자체 제조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저 한심하고 분노가 치솟을 뿐이다.

이런 황당한 일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제품의 제조·판매 과정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04년에 용마산업사에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다. 롯데마트는 2006년에 같은 제품을 의뢰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2000년 10월 가장 먼저 출시돼 당시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하던 옥시 제품을 모델로 제시하고 제품을 의뢰했다고 한다. 두 유통사는 제품을 의뢰하며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함량과 농도 등 세부적인 내용은 용마산업사가 알아서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용마산업사가 어떤 회사인지 알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회사는 1988년 구두약을 개발·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유리세척제, 표면광택제 등을 만들었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 제조 경험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가습기 살균제와 구두약을 착각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롯데마트가 판매한 제품은 16명의 사망자를 포함 41명의 피해자를 냈다. 홈플러스 제품의 피해자는 28명인데 이 중 12명이 사망자였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는 103명이 숨졌다. 현재까지 총 사망자는 230명이 넘는데 앞으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온다고 봐야 한다.

용마산업사 측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 과정에서의 책임을 부인했다. 오히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시키는 대로 물건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게 사실일 경우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엉터리, 유해성 원료가 들어가는 것조차 모른 것은 관리 감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죄는 현재까지만 해도 매우 크다. 자체 구매상품인 PB상품을 구두약 제작사에 의한 것은 국민과 소비자의 건강을 팔아서라도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빗나간 기업윤리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두 회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구두약 업체에서 만드는 일은 비단 제품을 의뢰한 유통사와 제조사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 등 정부도 분명 책임이 있다. 국민들이 늘 사용하는 생활용품 가운데는 몸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들어간 게 많은 데 이들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다. 검찰은 제품을 의뢰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 대해 과실치사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다. 이는 법에 따른 처벌이고, 소비자들의 심판도 받아야 한다. 또 다른 대형마트의 PB상품에 대해서도 이런 황당한 일은 없는지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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