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나면서 그동안 미뤄져 왔던 조선, 해운 산업의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기업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지만 해운동맹 가입 등 외부적 요인을 감안하면 결단을 내리는데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부실의 책임 추궁 등은 사후의 문제로 접어두고 당장은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조달 등 방법론에 집중해야 할 때다. 정부가 양적완화 문제를 놓고 한국은행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고 보인다.

다만 그렇더라도 구조조정에 착수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 쟁점은 있다.

첫째는 해당 기업들을 과연 살려야 할 이유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기업 구조조정의 근본적인 성격은 '손실의 사회화'이기 때문이다. 즉 기업이 입은 손실을 털어내기 위해 사회가 그 부담을 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기업을 구조조정을 통해 살려내고자 한다면 먼저 그 기업을 살려야 할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파산시켜 버리면 그만이다. 이 경우 주주, 근로자, 채권자들이 피해를 입겠지만 손실이 사회화되지는 않는다.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해당 기업이 이익을 내던 시절에는 그 이익을 앞서의 주주, 근로자, 채권자들이 배당금 임금 이자 등의 형태로 사유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로 흑자를 낸 2013년과 2014년, 두 해의 경우만 봐도 850억원을 배당했다. 또 작년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7493만원으로 일반 근로자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이처럼 기업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라는 모순을 잉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순을 눈감고 넘어갈 만한 이유가 있어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짚어봐야 할 또 다른 쟁점은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을 살려낸 후의 처리 방안이다. 부실기업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출자전환 등을 통해 채권단이 대주주가 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일단 기업이 정상화되면 채권단은 최대한 신속하게 지분을 매각해 새로운 대주주를 찾아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미적거리다 보면 해당기업이 또다시 부실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그 좋은 사례다. 산업은행은 이미 2008년에 매각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 타이밍을 놓쳤다.

따라서 이번에 다시 조선, 해운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하기로 결단한다면 기업 정상화 이후의 지분 매각 방안에 대해 미리 확실한 플랜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반복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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