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낮춰 잡았다. 지난 1월 3.0%로 하향 조정한데 이어 3개월 만에 또다시 수정한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작년 1월 2016년 경제성장률을 3.7%로 전망한 이후 네 번째 하향 조정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종전의 1.4%에서 1.2%로 낮췄다. "당분간 2%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한마디로 상당기간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성장률 전망이 갈수록 떨어지고 인플레 우려도 없다면 금리 인하에 무게가 실리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한은은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동결했다. "대외경제 여건 및 향후 성장 전망은 불확실하지만, 국내경제가 완만하나마 개선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게 이주열 한은 총재의 설명이다.

이주열 총재는 또 지난 총선에서 제기된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서도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더라도 중앙은행의 기본원칙이라는 법 테두리 내에서 하겠다"고 말해 여당의 공약 내용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같은 한은의 입장과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서는 '신중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총재가 금리동결의 이유로 내세운 '국내경제가 완만하나마 개선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예상이 그렇다. 예상이 이렇다면 성장률 전망치는 왜 하향 조정한 것인가.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입장 또한 '통화정책에 대해 지나치게 교조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동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고고하게 전통적 통화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큰 패착이 될 수 있다. 특히 전통적 통화정책이 지향하는 가치인 정책 효과의 '중립성'이나 '무차별성'이 작금의 경제 상황에서는 오히려 짐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중앙은행의 권위와 독립성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것만이 지켜야 할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에만 집착하다 정책의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경제계 일각의 염려가 기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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