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무서웠다. 제20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처참하게 패하고 원내 1당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줬다. 야권 분열로 위기에 처했던 더민주는 곳곳에 당선자를 내 오히려 전국당이 됐다. 국민의당은 3당의 입지는 확고히 했지만 호남당의 틀을 벗지 못했다. 집권당이 완패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과 4대 개혁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총선 후폭풍으로 정치권은 한동안 진통을 겪어야 할 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역구 253곳 가운데 더민주가 110곳, 새누리당 105곳, 국민의당 25곳, 정의당 2곳, 무소속 후보는 11곳에서 승리했다. 비례대표는 새누리당이 17석,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각각 13석, 정의당이 4석을 얻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친 전체 의석은 더민주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은 11석이었다. 새누리당에게 충격적인 의석이다.

총선에서는 더민주가 대구와 서울 강남권에서 의원을 배출했고,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당선자를 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이변이다. 정치가 지역주의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현역 의원 49.3%가 물갈이 됐는데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심했고 더민주도 어려움이 컸었다. 검찰에서 당선인 104명을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앞으로 당선무효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4.13 총선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을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남은 임기동안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통과,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국회의 도움이 있어야 하는 데 여당이 패하면서 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여당이 힘을 못 쓰면 박 대통령은 바로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다. 패자가 된 새누리당도 공천책임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을 것이다. 당장 김무성 대표가 사퇴하고 비대위체제를 가동키로 한 게 이를 말해준다.

총선을 계기로 박 대통령은 야당과의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야당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의 소통도 강화해야 된다. 대통령과 집권당 간의 소통 부족이 공천파동을 부르고, 결국은 분열된 더민주에게 1당 자리를 내주는 원인이 되었다. 국회를 질책의 대상이 아닌 국정운영의 진정한 동반자로 여겨야 한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전면적인 개각도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총선에서 여당이 뼈아프게 심판받은 원인 중의 하나가 어려운 경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경제를 살려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면 대통령 선거 때도 이번 총선과 같은 성난 민심의 심판이 있을 것이다. 내수산업 활성화와 미래성장동력 육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매진해야 할 것은 일자리 창출이다. 각 당이 여러 형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약속은 지켜야 한다. 정부가, 대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고 홍보하고 야단을 떨지만 실제로 일자리가 크게 늘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었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올해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사람을 앞으로 뽑고 뒤로 그만두게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은 정치인이 민심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말해주었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민심을 제대로 읽고 국민들이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최고의 득표 전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것은 최고의 민심이다. 소통은 민심을 읽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다. 정치권은 소통으로 4·13 총선 후폭풍을 지혜롭게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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