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가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목표 연도는 차이가 있지만 새누리당이 8000~9000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1만원을 제시했다. 현 최저임금 시급 6030원과 비교하면 대폭 인상인데 실현 여부를 떠나 찬반논쟁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1만원은 표를 얻기 위해서는 아주 좋은 공약이지만 총선이 끝난 후 실제 이행하려면 큰 고통이 따르는 공약이기 때문이다.

강봉균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시급 8000∼9000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를 20%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비정규직-정규직 임금격차는 현재 54%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까지 연평균 13.5%를 인상,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고 정의당은 3년 후인 2019년까지 1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노동당은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최저임금 1만원'을 들고 나왔다.

정치권의 공약대로라면 우리나라는 몇 년 안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린다. 모든 정당이 앞을 다투어 공약했기 때문에 어떤 정당이 승리하든 최저임금이 오를 것은 분명하다. 고용노동부의 일정을 보면 오는 7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1차 전원회의를 열어 3개월 동안 논의를 진행한다. 6월 말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위원회 구성은 노동계, 경영계, 공익위원 각 9명씩 27명인데 올해는 어느 해보다 결정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내년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요구했다. 월급으로 치면 209만원이다. 기존 최저임금 6030원이 2014년 미혼 단신 노동자 생계비의 81%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최저 임금 노동자가 2~3인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아 대폭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내달 6일 전국 대학을 중심으로 800만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정치권의 공약까지 나와 노동계의 요구는 더 강력해진다고 봐야 한다.

최저임금은 세계적으로도 인상되는 추세에 있는 게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는 최저임금을 2022년까지 15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우리 돈으로 치면 1만7000원이다. 영국은 '생활임금제도'를 도입, 25세 이상은 시간당 7.2파운드(약 1만2000원)를, 2020년에 9파운드로 올린다.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돼야 한다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해 월 200만원 정도 소득을 보장한다면 노동자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상된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는 기업은 큰 어려움에 빠질 게 분명하다.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는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문을 닫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속출할 우려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회사의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칫 고용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최저임금은 경영계와 노동계에 극히 민감한 사안이다. 이 틈바구니를 정치권이 비집고 들어와 최저임금 1만원 카드를 던진 것이다. 실제로 이날 포털에서 최저임금 1만원 기사에 압도적으로 많은 네티즌들이 방문한 것도 이를 입증한다. 한 네티즌이 "최저 임금이 1만원이 되면 회사 문을 닫고 알바로 뛰겠다"는 글을 올렸는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얼마나 큰 타격이 될지를 예고한 것이다. 최저임금 공약을 표를 얻기 위해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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