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이 급기야 당 대표의 ‘옥새투쟁’으로 비화되고 말았다. 김무성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에서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안 의결이 보류된 5개 지역에 대해 최종 의결을 거부했다. 또 선거관리위원회 후보등록 만료일인 25일 까지 최고위를 열지 않겠다며 당대표 직인을 챙겨 부산으로 내려갔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부산으로 달려가 업무복귀를 요청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김 대표가 의결을 거부한 지역은 서울 은평을, 대구 동구을, 서울 송파을, 대구 동구갑, 대구 달성군이다. 새누리당 공관위는 서울 은평을에 유재길 새은평미래연대 대표, 대구 동을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서울 송파을 유영하 전 인권위 상임위원, 대구 동갑 정종섭 전 행자부 장관, 대구 달성군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을 단수 추천했다. 대표 직인을 찍지 않으면 이들은 출마할 수 없게 된다.

김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보류된 5개 지역에 대한 공관위 결정에 대해서 의결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지금부터 후보 등록이 끝나는 내일까지 최고위를 열지 않겠다"고 말하고 "의결이 보류된 5곳은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겠다"고 덧붙였다. 이럴 경우 새누리당은 앉아서 의석을 몇 석 내놓게 된다.

김무성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과 정도의 길을 갔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 수없이 생겼다고 지적하고 “모든 사람이 아름다운 승리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봉쇄되면서 당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공천을 최소한이나마 바로잡아서 국민께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유승민 의원이 “우리 당에 입당한 이래 꽃신을 신고 꽃길만을 걸어왔다. 그토록 혜택 받았던 당을 버리고 오늘의 정치인 위치를 만들어 주고 도와준 선배·동료에 인간적 배신감을 던져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중대한 선거를 맞이하는 우리 당을 모욕하고 침 뱉으며 자기 정치를 위해 떠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파동은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밀려난 유승민 의원의 공천을 마지막까지 미루며 자진 탈당을 압박한데서 생겼다. 이 과정에서 친박과 비박의 싸움은 극에 달했고, 이완구 공관위원장의 독선적인 공천권 행사도 크게 한몫을 했다고 봐야 한다. 결국 유승민 의원이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사태까지 번졌다.

새누리당의 공천갈등은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우리나라 정치가 파벌정치, 학벌정치, 지역정치라는 딱지를 단지는 오래됐지만 이번은 정도가 유독 심했다. 특히 새누리당이 당의 정체성 운운하며 끝까지 유승민 의원의 피를 말린 것은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유승민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돼 다시 당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가 후보 등록 마감일인 25일 오후 6시까지 대표 직인을 찍지 않고 버틸지는 봐야 알겠지만 공천파동으로 새누리당은 큰 상처를 입었다고 봐야한다. 대통령의 눈치만 본다는 소리도 들어야 했고, 친박과 비박이 피터지게 싸움질만 한다는 손가락질도 받아야 했다. 국회 의석 확보에도 큰 차질이 생겼을 것이다.

공천은 의석수와 직결돼 여당이든 야당이든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2번을 두고 갈등을 겪었지만 바로 해결돼 총선체제에 돌입했다. 이에 비해 새누리당의 친박과 비박 갈등은 국민들이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까지 갔다. 새누리당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친박, 비박 등 파벌부터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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