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천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들어갔다. 지금까지가 각 당 내부에서의 계파 간 힘겨루기였다면 이제부터는 정당 간의 정책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그동안 각 당이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막장 드라마'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로 구성될 20대 국회도 기대할 게 없을 것이라는 냉소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런 유권자들을 선거 당일 투표장으로 끌어 모으려면 각 당은 참신하고 건전한 공약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공개된 각 당의 공약 내용을 보면 그런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게 된다. 여야 구별할 것 없이 포퓰리즘적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일자리 공약은 고용할당제 등 기업에게 부담을 지우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또 청년구직수당의 대폭 증액처럼 막대한 재정 부담이 따르는 공약도 제시됐다.

이 중 청년고용의무할당제는 이미 선진국이나 국내 공기업 사례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검증된 제도다. 청년구직수당 증액 역시 소요 예산과 재원 대책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검토가 미흡해 자칫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여야가 모두 고교 무상교육 같은 무상복지 확대 공약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편적 복지'라는 그럴싸한 개념으로 포장된 무상복지 공약은 기실 한 꺼풀 벗기고 보면 돈으로 표를 사는 매표 행위나 다름없다. 그것도 입후보자 자신의 돈이 아닌 세금으로 표를 사는 행위다. 이런 공약을 실행에 옮기려면 결국은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세금 얘기는 쏙 빼놓는다.

문제는 무상복지 공약 경쟁이 게임과도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즉 어느 한 쪽이 먼저 무상복지 공약을 내걸면 나머지 다른 쪽은 더 큰 선심 공약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몇 차례의 선거에서 이런 양상을 목도했고 그 결과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대로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는 정치권이 무상복지 공약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마침 여당과 제1 야당의 선거대책 사령탑을 경제 전문가인 강봉균 전 장관과 김종인 전 수석이 맡았으니 이들에게 그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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