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처음으로 지카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해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9일까지 브라질을 방문했던 L(43) 모씨가 22일 오전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1차 양성 판정을 받았다. L씨는 2차 검사를 받고 있다. L씨는 모기기피제 사용, 긴 옷 착용 등 예방을 위해 노력 했지만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L씨는 지난 16일 미열과 근육통이 발생해 의료기관을 찾았다. 당시는 증상이 미약했고 19일 얼굴과 몸통 팔 다리에 발진과 함께 근육통이 심해 다시 의료기관을 찾았다. 이에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이 유전자 검사(RT-PCR)를 했고, 지카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L씨는 전남대병원에 격리됐다. 보건당국은 L씨 부인의 동의를 얻어 역학조사를 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감염경로 등이 곧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카 바이러스는 공기 감염 우려가 없는 만큼 격리가 필요하지 않지만 첫 번째 발병이라서 격리해 임상적인 관찰과 치료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브라질이나 콜롬비아에는 수천 명씩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하는데도 사망자는 기저질환이 있어서 약한 1∼3명에 그쳐 치명률이 매우 낮다. 이 질병은 현재로서는 ‘관심’ 단계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가볍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 숲모기가 매개체인데 2~14일이 잠복기다. 발열 두통 근육통 구토 결막염 눈 충혈 등의 증세를 보인다. 특히 임신부가 감염되면 신생아의 머리가 작은 소두증을 유발한다. 아직 치료법이나 예방백신은 없는데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상의 예방이다. 공기에 의해 전염되지는 않지만 수혈이나 성관계를 통해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조심해야 한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우간다 지카 숲의 붉은털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올 2월을 기준으로 25개국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제4종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했다. 아시아에서는 지난달 중국과 일본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모두 해외여행 중 감염됐다.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에 환자가 많은 게 특징이다. 전 세계 39개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국가로 분류된 상태다.

지카 바이러스는 대수롭지 않게 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지난해의 메르스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모기가 활동하는 계절이 돌아오고, 해외여행이 늘어나 언제든지 지카 바이러스가 퍼질 우려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국은 모기 예방 대책을 미리미리 세우고, 국민들은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공항에서 지카 바이러스 발병국 여행자에 대한 감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카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는 것은 임산부에 감염될 경우 소두증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임산부나 결혼을 앞둔 여성, 가임 여성들은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 여행을 자제하는 지혜도 발휘해야 한다. 성관계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건전한 성생활이 특히 중요하다. 지카 바이러스를 두려워할 것은 없지만 너무 가볍게 봐서도 절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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